-정선 민둥산 억새물결에 빠지다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단풍이 더디다. 이상기온 탓이란다. 올해는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은 시점. 그러니까 내달 초에서야 전국 대표 산들이 단풍 절정에 이른다. 이럴 땐 억새밭이 대안이다. 요즘이 억새풍광의 절정기다.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만이 가을의 ‘멋’이라고 생각해왔다면 오해다. 산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에 ‘은빛 바다’라는 은유를 붙인 이유를 실감케 될 일이다. 해질녘이 더 장관이다. 온 산이 황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빛난다.

억새여행 1번지다.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자리잡았다. 높이 1119m의 민둥산은 산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 드넓은 주능선 일대가 참억새밭이다. 정상까지 35분 정도 걸린다. 평탄한 길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에서 시작해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 이른 다음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억새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 50m께부터 산의 모습이 확 달라진다. 어른도 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키 큰 억새가 가득하다. 정상의 산불감시초소에서 보는 억새밭 풍경이 환상적이다.
하산길은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른 뒤 발구덕마을을 거쳐 증산마을로 하산하는 길과 정상에서 억새군락을 지나 북쪽의 지억산(1117m)을 오른 뒤 불암사를 거쳐 화암약수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산행을 마쳤다면 파전과 함께 강원도 정선의 대표 막걸리인 곤드레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도 좋다. 알싸하고 달콤한 막걸리와 파전은 산행 후에 밀려드는 피곤함을 말끔히 해소해 준다.
좀 더 운치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자가용보다는 서울 청량리역 등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추천한다.
마침 코레일 관광개발은 가을이 무르익는 시점에 ‘억새-단풍열차’ 여정을 마련했다. 당일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민둥산 은비색 자유 트레킹’ ‘정선가을 단풍코스’ ‘지리산피아골~순천만 갈대밭~곡성레일바이크’ ‘내장산~보성녹차밭~곡성레일바이크~죽녹원’ 등 가을의 서정에 흠뻑 젖어들 만한 여정이 가득하다.
◆정선 레일바이크=구절리역에서부터 아우라지역까지 7.2㎞에 이르는 구간이다. 레일바이크는 탑승객이 페달을 밟아 철도레일 위를 달리는 철로자전거다. 레일바이크를 이용하면 자연의 향기와 함께 국내 최고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또 구절리역에는 폐객차를 개·보수해 2마리의 여치 모양을 형상화한 카페도 있어 가족·연인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억새 축제=민둥산에서는 10월 한 달간 축제가 한창이다. 정선아라리난타, 정선아리랑 공연, 연예인 축하 공연 및 민둥산 가요제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