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척급 선수들 옭아매는 'FA 보상제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29 06: 59

"특A급 선수가 아니면 신청하기 어려운 현실 아닌가요".
2010 프로야구 FA 시장이 29일 열렸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모두 18명. 그러나 FA 권리를 신청한 선수는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 배영수와 LG 박용택이 대어급으로 평가받지만 이적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 준척급 선수들은 안 봐도 뻔하다. 준척급으로 평가되는 한화 이도형과 최영필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FA 기회인 만큼 권리를 행사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
지난 3년간 FA 자격을 유지만 하다 올해 고심 끝에 권리를 행사한 한화 포수 이도형은 "굳은 결심을 하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FA 시장은 특A급 선수가 아니면 신청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FA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특A급이 아니면 제대로 가치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특A급 선수들만 실력 이상의 효과를 보는 구조다. 그걸 혼자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지만 불공평한 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적이 어렵다는 것을 이도형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이도형은 "원소속구단과 얘기가 잘 안 되면 (선수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다른 팀에서 날 데려가기도 어려울 것 아닌가. 보상제도 문제가 쉽지 않아 이적은 힘들 것"이라며 체념하듯 말했다. 지난 1993년 데뷔한 이도형은 올해로 18년차 베테랑이다. 10년 가까이 근속한 선수에 주어지는 FA 권리에 대해 이도형은 "흘려보내기 아까웠다"고 했다. FA 권리 획득은 그만큼 오래 열심히 했다는 자랑스런 증거다.
이처럼 선수들에게 하나의 훈장이자 기회가 되어야 할 FA 권리는 그러나 준척급 선수들에게는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 역시 보상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원소속구단에 영입선수의 전년도 연봉에서 50% 인상한 금액의 300% 또는 구단이 지정한 보호선수를 1명의 보상선수와 전년도 연봉의 50%를 인상한 금액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보호선수도 1군 엔트리 26명보다 적은 18명밖에 지정할 수 없다. 준척급 선수들이 FA 이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보상제도가 준척급 선수들의 발목를 잡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3년간 성적에 따라 A~D 등급으로 나눠서 차등보상을 시행한다. 엘리어스스포츠뷰로(ESB)라는 공신력있는 기록기관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식 FA 제도는 예부터 대어급 선수들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차등보상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한 이유다. 그래야 대어급 선수들뿐만 아니라 준척급 선수들의 이적이 가능해지고 최소한의 전력강화를 원하는 구단들에게도 득이 된다. 선수들의 선택 자유와 팀들의 전력강화 루트 다양화라는 양립이 이뤄진다.
지난 1999년 처음 시행된 FA 제도는 그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시행 2년째에 취득기간을 10년에서 9년으로 갑자기 줄여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보게 만들더니, 2008년에는 다년계약 폐지라는 유명무실한 허울뿐인 제도를 만들었다. 지난해 4년제 대졸 군필 선수들에 한해 FA 취득기간을 9년에서 8년으로 줄인 것이 그나마 바뀐 점이라면 바뀐 점. FA 제도도 이제 큰 틀에서 손을 좀 봐야 할 시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언제까지 정당한 권리가 되어야 할 FA 신청이 괘씸죄로 적용되거나 모험이 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