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깝진희' 지진희 그에겐 '깨방정'의 피가 흐른다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10.29 08: 15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이번에 맡으신 배역과 실제 성격과 어떤 점이 비슷하나?' 일거다. 기자 간담회에든, 1대1 인터뷰를 하든 이런 질문은 꼭 나온다. 그러면 배우들의 대답 역시 거의 한결같다. '어떤 부분에선 비슷하다'이다. 인간이 복잡한 동물이고, 그 안에 다양한 측면들을 내포하고 있으니 이 말이 사실은 가장 맞는 답일 게다.
'동이' 종영 후 최근에 만난 지진희 역시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대장금'의 민정호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반듯하고 진지할 것만 같은 지진희는 오히려 '깨방정 숙종'에 더 가까운 캐릭터를 드러내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인터뷰 내내 유쾌했고, 솔직했고, 자신만만해 보였으며,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100%로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작품이든 원톱을 할 수 있는 남자배우가 여자가 주인공인, 아무리 해도 2인자 밖에 할 수 없는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부터가 너무 의아했다. 지진희는 왕 역할이 하고 싶었다고 아주 명쾌하게 대답했다.
"왕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냥 일반적인 왕이었으면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동이'의 숙종은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 그리고 평소에 주인공이냐 아니냐는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데 큰 요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숙종의 행동이 너무 파격적이라 초반에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하다보니 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는 생각에 정말 좋더라. 나중에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동이'는 초반 기존 장희빈, 숙종, 인현왕후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것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기대와 달리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기존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실망감을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지진희 역시 그런 점이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중간에 흐지부지된 부분이 있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난 보통 내 캐릭터보다 전체를 보면서 작업을 한다. 내 캐릭터만 잘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마에는 동이 캐릭터가 살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너무 튀지 않게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동이를 맡은 한효주가 캐릭터 변화에 혼란을 느꼈다면 그건 유감인 일이다."
극중 인현, 희빈, 동이 세 여자의 사랑을 받았던 숙종은 현장에서 감지되는 세 여자의 기싸움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농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나쁜 남자'였던 숙종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밝혔다.
"한효주, 이소연, 박하선의 신경전이 장난 아니었다(웃음) 캐릭터 자체에 몰입돼 있다 보니 묘한 신경전이 있긴 있었다. 중요한 신 촬영이 있을 때면 자기 출연 타임도 아닌데 멀리서 지켜보고 있긴 하더라. 그리고 숙종이 나쁜 남자라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그건 왕이라는 위치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동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왕은 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위치로 봤을 때 전체를 위해 어떤 부분에서는 포기도 해야 하고. 그런 모습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지진희는 자신의 최근 작품 '결혼 못하는 남자' '집나온 남자들' '동이'에서 연달아 코믹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맞춤옷인양 너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지진희를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그를 오해하고 있었나 새삼 생각하게 된다.
지진희는 "코믹연기를 늘 하고 싶었다. 최종 목표는 멋진 코미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극 이미지가 확실하게 박혀있어야 코믹 연기가 더 파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시트콤이 너무 하고 싶다. 아주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망가지면 더 웃길 것 같다. 벌써 생각해 논 아이디어와 캐릭터도 여럿 있다"며 신나 죽겠다는 듯 이야기했다.
이런 그에게 요즘 가장 신나는 일이 뭐냐고 물으니 "구하기 힘든 마징가 프라모델을 구했다. 일본에서 지인이 보냈는데, 빨리 하고 싶어 죽겠다. 프라모델 조립은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무아지경에 빠져 하다 보면 힘든 게 사라진다. 아내의 잔소리에도 꿋꿋이 하고 있다(웃음). '로버트 태권브이' 김청기 감독에게 그림도 받은 적 있다"고 자랑한다.
 
이병훈 감독과 두 작품을 연달아 한 그는 이젠 그분과는 작품을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기회는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며 그래서 '누구 누구의 페르소나'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런 그에게 이병훈 감독과의 두번째 작품 '동이'는 어떤 의미일까?
"'대장금' 때는 신인이라 그랬는지 끝나는 자체가 너무 홀가분했다.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다르다. 이번 드라마를 하며 또 성장을 한 것 같다. 특히 '균형'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연기도, 사람과의 관계도 균형이 중요하더라. 그리고 부담감이 많이 없어졌다. 현장에 가는 것도 너무 즐거웠고, 현장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겼고,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수십편의 작품을 했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그건 아직까지 보여줄 게 많다는 의미니까. 그래서 지진희 자신 뿐 아니라 우리도 기대된다. 자신있게 자신의 앞날을 기대하는 배우가 보여줄 모습이, 연기가 어떤 것일지 정말 보고 싶어 죽겠다.
bonbon@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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