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연기 잘하는 이유? '부당거래' 대본 훔쳐보니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10.30 11: 01

배우 황정민이 영화 ‘부당거래’로 올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황정민은 4월 개봉한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맹인검객 역할을 맡아 신들린 듯 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 ‘부당거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류승완 감독은 그 동안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했지만 사실 대중적인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 ‘부당거래’로 대중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가면서 긴장감 넘치면서도 리듬감 있는 호흡으로 2시간 내내 관객들을 집중시키며 완벽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주연으로 나선 황정민의 연기는 이제 ‘연기달인’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이다. 극중에서 황정민은 경찰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건마다 좋은 성과를 올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승진에서 떨어진다. 그렇다고 후배 경찰들이 한 몸과 같이 자신을 따르고 믿고 있는 마당에 때마다 숨겨진 화와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기도 힘든 입장이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필요로 되는 것인 돈과 ‘빽’, 이 모든 것을 갖지 못한 최철기다. 상부에서 살인사건의 범인을 만들어서 전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라는 지시를 받는다. 거부하자니 상사의 눈 밖에 날 테고 받아들이자니 찝찝하지만 이미 스스로 판단을 내릴 위치는 아니다. 무조건 범인을 만들어서 잡아 들여야 한다.
황정민이 범인을 잡아들이려는 연출에 양아치 검사 류승범과 그리고 살짝 이용만 하고 버리려고 했던 조폭 건설업체 사장 유해진이 그의 앞을 가로 막는다. 자신보다 낮은 유해진은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가지고 놀면서, 기어오르는 찰나에는 철저하기 그를 짓밟으며 상하관계를 명백히 인지시킨다.
영화 속에서 표피적으로 가장 눈에 띠는 인물은 바로 류승범이다. ‘대한민국 검사!’라는 말을 빈번히 쓰며 유아독존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오만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이 남자. 황정민은 자신 앞에서 조잘조잘 잘난 채 하는 검사마저 무시하며 자신의 할 일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대한민국 검사의 코털을 건드린 죄로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동료들이 줄줄이 검찰청에 잡혀 들어가게 될 때는 바지를 내리며 류승범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 장면에서 많은 남성 관객들은 묘한 동질감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황정민의 연기에 몰입해나간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황정민은 많은 대사를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사는 유해진, 그리고 류승범의 차지였다. 경찰 황정민한테 자꾸 기어오르는 유해진, 그리고 ‘경찰인 주제에’ 자꾸 나대는 황정민이 싫은 ‘권력의 핵’ 검사 류승범이다. 황정민은 그들을 묵묵히 하지만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다부진 눈빛으로 제압해나간다.
연기의 달인 황정민의 대본은 어떨까. ‘부당거래’ 한 관계자는 “황정민의 대본을 본적이 있다. 그 정도의 경력과 연기력이면 대본을 그렇게 꼼꼼히 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냥 연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대본을 보니 정말 빽빽이 캐릭터 분석의 글이 쓰여 있었다. 자신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까지 연구해서 분석하고 있어서 너무 놀랐다”고 밝혔다.
황정민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그림자살인’ 때부터 대본을 안 외우고 스스로 ‘너는 홍진호야! 그런데 무슨 연기를 할 게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홍진호니까 그냥 이 상황을 즐기자고. 사실 그 동안도 그렇게 생각은 많이 했지만 막상 촬영장에서 그렇게 잘 안됐는데 이때부터 정말 그게 됐어요. 그래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도 맘 놓고 작정하면서 즐겼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제가 봐도 근사했어요. 여유가 있어 보였죠. 그때 보고 ‘아 이거였어? 오케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연장에서 ‘부당거래’때도 그렇게 한판 뛰어다녔습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캐릭터 분석, 그리고 그 이후에는 완벽히 대본을 놔 버리고 그 인물이 되는 황정민이다.
crystal@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