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야구단, '이구동성' 창단 후 첫 연습경기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0.30 15: 04

여-야 국회의원들이 야구복으로 갈아 입고 국회 출입 기자들과 창단 후 첫 연습경기를 가졌다.
'입은 다르나 목소리는 같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이 한결같음'을 뜻하는 ‘이구동성(異口同聲)' 야구단은 야구를 통해 화합을 도모할 것을 다짐, 3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해 지난 6월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출범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김무성(59) 의원이 단장을 맡고, MBC 해설위원인 허구연 위원이 감독을 맡아 4개월여 동안 매달 2차례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아 30일 오전 11시 서울 난지도 야구장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은 양복, 펜, 서류가 아닌 야구복, 야구 글러브, 그리고 배트를 들고 하나 둘씩 경기장을 찾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허구연 감독의 지휘 아래 몸을 풀었다.
특히 한나라당 강명순(58) 의원은 언뜻 보면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로 보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구 경기를 한다는 설렘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강 의원은 "나이 먹은 할머니인 내가 투수를 한다는 생각에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지은 뒤 "새벽 2시에 깨서 불안한 마음에 24개월 손자 기저귀를 뭉쳐서 연습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8남매 가정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야구 글러브랑, 배트 등을 사다 주셔서 오빠, 언니들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며 "야구 만화도 많이 본 만큼 최대한 열심히 던져 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이날 강 의원은 10-10 동점이던 5회말 마무리 투수로 나와 첫 타자에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타자를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1루에 정확하게 송구, 아웃시키며 귀중한 역할을 했다.
이구동성 야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이날 1번타자로 출장해 5타수 5안타 맹타를 몰아치며 학창시절의 야구 선수 꿈을 되살렸다. 김 의원은 "야구가 정말 인기가 많은데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해서 하기 쉽지 않다.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의 열정이 국회야구단을 창단했다"고 말한 뒤 "야구가 더 대중화되고 좋은 여건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4대강 주변에 야구장을 많이 만들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야구장 건설 방안도 제시했다.
대한야구협회장인 강승규(47) 의원은 선발 투수로 등판해 3이닝 동안 4실점을 했지만 2회부터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섞어 던져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실력을 뽐냈다. 강 의원은 "야구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국회 야구단을 창단했다. 첫 경기여서 그런지 설렘이 있다"며 "앞으로 더 좋은 야구 인프라를 확충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고 말했다.
허구연 위원은 감독답게 타자들에게 "짧게 치세요. 스트라이크를 잘 보고 쳐요"라며 계속해서 주문했다. 허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역구 방문 및 국회 일정으로 시간적 제약이 많다"며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연습에 참여하고 경기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흐뭇해했다.
아울러 그는 "야구는 팀웍을 필요로 한 만큼 야구 경기를 하면서 여야가 하나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실력을 더 키워 천하무적야구단과도 경기를 하고 추후에는 일본 국회의원들과도 시합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허원제(59) 의원도 "초등학교 때 야구 선수를 하고 45년 만에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그라운드에 다시 서니까 예전의 긴장감이 되살아난다"며 웃음을 지은 뒤 "국회의원들이 야구를 통해서 친선을 도모했으면 좋겠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 줄 지 걱정이다. 타율 5할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허 의원은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45년 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강명순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야구를 한다는 소식에 주변에서 주변에서 "나이 먹어서 뭐 그런 걸 하냐. 일 안하고 야구만해도 되냐"는 말도 있지만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을 내 연습을 하고 있다"며 "좋은 모습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국회 야구단은 내년 3월 정식 사회인 야구 리그에 가입을 목표로 앞으로도 꾸준히 훈련을 할 계획이다. 국민들은 야구라는 매개체로 국회의원들이 하나가 되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는 마음일 듯 싶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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