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문태종-문태영, 뜨거웠던 형제 맞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31 17: 09

"네가 골을 넣고 안 줘야 우리가 이긴다"(LG 강을준 감독). "아예 말도 안 꺼냈다"(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3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의 시즌 첫 경기는 문씨 형제들의 첫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LG 문태영(32·193cm)이 지난 시즌 득점왕(21.9점)에 오르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데 이어 그의 친형 문태종(35·197cm)이 올 시즌 그에 못지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뛰는 리그가 달라 프로 무대에서 맞붙은 적이 없었던 두 형제가 이날 마침내 적으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 뜨거운 관심

경기 전 양 팀 감독들도 형제 대결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LG 강을준 감독은 "문씨 형제들의 승부가 아니라 양 팀 국내선수들의 싸움"이라면서도 "문태영에게 네가 골을 넣고 형한테 안 줘야 우리팀이 이긴다. 얼굴은 네가 더 잘생겼다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문태종에게) 아예 형제 대결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어린 선수라면 몰라도 그 정도 나이가 되는 선수라면 알아서 한다"며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양 팀 감독 모두 상대 문씨 형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강을준 감독은 "이현준과 기승호에게 문태종을 수비시킬 생각"이라고 말했고 유도훈 감독 역시 "(수비가 좋은) 이현호를 주전으로 기용해 문태영을 막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 감독 모두 "상황에 따라 두 형제가 매치업될 될 수 있다"며 형제 대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경기 중 스위치가 되면 두 형제가 매치업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 뜨거운 형제들
경기 초반부터 두 형제는 뜨거웠다. 문태종이 경기 시작 22초 만에 왼쪽 45도 지점에서 볼을 받자마자 올라 3점슛을 터뜨렸다. 이어 중거리슛과 돌파 2점까지 순식간에 7점을 몰아넣었다. 이에 문태영도 특유의 중거리슛, 턴어라운드 점프슛, 3점슛으로 맞대응했다. 1쿼터에만 문태종이 12점, 문태영이 7점·3리바운드·2어시스트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두 형제를 막기 위해 나온 수비 선수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2쿼터에는 문태영이 조금 고전했다. 전자랜드의 협력 수비에 막혀 공격 활로를 뚫지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 공격 리바운드 이후 풋백 득점으로 만회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에 문태종도 가만 있지 않았다. 2쿼터 종료 2분38초를 남기고 문태영과 매치업된 문태종은 동생을 따돌리고 돌파 후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점수가 2쿼터 문태종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전자랜드는 2쿼터 서장훈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문태영 또한 전자랜드 수비에 막혀 2쿼터 3점에 그쳤다.
▲ 형의 완승
3쿼터 시작과 함께 문태종은 골밑으로 돌파한 후 수비가 몰리자 무리하지 않고 미들 라인의 서장훈에게 볼을 넘겼다. 서장훈은 깨끗한 중거리슛으로 보답했다. 경기 전 유도훈 감독은 문태종에 대해 "화려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팀에 필요한 플레이를 한다"고 평가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반면 문태영은 3쿼터 첫 3분32초 동안 벤치를 지켰다. 다시 투입된 문태영은 4분30초를 남기고 공격 리바운드 후 올라가는 과정에서 형의 파울을 유도해냈다. 자유투로 2득점했지만 그것이 3쿼터 득점의 전부였던 반면 형은 3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었다.
4쿼터에서 문태영이 4점을 올리며 추격전을 전개하며 76-76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문태종이 종료 1분11초를 남기고 결승 3점포를 작렬시킨 데 이어 79-78로 쫓긴 33.9초 전에는 중거리슛까지 터뜨리며 승부를 갈랐다. 경기 막판 자유투 6개 중 5개를 성공시켰다. 4쿼터에만 무려 13점을 올리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경기 내내 문태영은 전자랜드의 끈질긴 협력 수비에 꼼짝없이 막혀 이렇다 할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전자랜드는 전반 이현호에 이어 후반 이병석과 허버트 힐로 하여금 문태영을 전담 수비시켰고, 골밑에서 효과적인 도움 수비로 문태영을 저지했다.
 
반면 LG는 기승호가 5반칙 퇴장당할 정도로 문태종을 제어하지 못했다. 문태종도 무리한 슛보다도 적절한 패스를 통한 팀플레이로 답을 찾았고 승부처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날 형 문태종은 37점·3리바운드·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동생 문태영은 19점·5리바운드·2어시스트. 팀 승리와 함께 형 문태종의 완승이었다.
waw@osen.co.kr
<사진> KB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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