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1월말. 야구계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뉴스가 하나 날아들었다. 삼성 임창용이 전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한 것이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3년간 최대 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모두가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계약조건도 보잘 것 없었다. 보장된 계약기간과 금액은 2년과 8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 박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창용은 팔꿈치 수술 이후 위력을 잃은 투수였다. 2005년 시즌 중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가 1년간의 재활을 거쳐 2007년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40경기에서 5승7패3홀드 평균자책점 5.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선발로 나와 무려 10경기에서 5회 이전에 조기강판됐고, 피안타율(0.316)·WHIP(1.61) 모두 평균 이하였다. 하지만 야쿠르트는 임창용의 가능성을 보고 그를 데려갔다.
야쿠르트가 확인한 가능성은 바로 임창용의 구위 부활과 구원투수로서의 활용 여부였다. 팔꿈치 수술 후 점차적으로 구위를 끌어올린 임창용이 구원등판한 19경기에서 1승3홀드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한 것에 주목했다. 피안타율(0.230)·WHIP(1.23) 모두 구원등판 때 위력적이었다. 게다가 30대가 넘은 나이에 박봉에도 불구하고 일본 진출이라는 모험을 걸 정도로 남다른 도전정신도 주목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임창용은 모두가 보란듯 성공했다. 데뷔 첫 해부터 30세이브를 거두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2년째에는 최고 160km 광속구를 뿌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3년째에는 한층 농익은 기량으로 1승2패35세이브 평균자책점 1.46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최상급의 활약을 펼쳤다. 한 야구인은 "임창용이 일본에서 성공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구종이 단조로워 힘들 것으로 봤는데 포크볼을 개발했더라. 참 대단한 선수"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삼성과의 FA 협상을 일시중단하며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배영수에게서도 2007년 임창용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팔꿈치 수술 후 3번째 시즌을 맞이한 배영수는 올해 31경기에서 6승8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를 끌어올렸고, 포스트시즌에서 호투하며 완벽한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직구 최고 구속이 147km까지 올라올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전성기 배영수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
배영수는 "안정적인 삶보다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일본 구단의 대우에 상관없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도전하는 것"이라며 일본 진출 도전 배경을 설명했다. 3년 전 이맘때 팀 동료들에게 "100억만 벌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현해탄을 건넜던 임창용은 올 겨울 야쿠르트로부터 3년간 총액 166억원을 제의받을 정도로 상한가치고 있다. 배영수의 일본 도전도 임창용의 3년 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배영수도 임창용의 길을 뒤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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