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서장훈, 전자랜드 '초강력 원투펀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01 07: 40

"문태종과 서장훈에게 대량 득점을 준 것이 패인이다".
지난달 31일 인천 전자랜드와 홈 개막전에서 패한 창원 LG 강을준 감독의 패배의 변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이날 전자랜드가 올린 87점 중 67점이 문태종(37점)과 서장훈(30점)이 기록한 점수들이었다. 두 선수가 팀 득점의 무려 77%를 차지한 것이다.
 

문태종은 35세, 서장훈은 36세의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두 베테랑들은 달라진 전자랜드를 이끄는 초강력 원투펀치로 리그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 '머니타임 플레이어' 문태종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문태종에 대해 쉽게 정의했다. "화려한 선수는 아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유 감독의 말이다. 그 말이 맞았다. 문태종은 형제 대결로 관심을 모은 동생 문태영과 승부에서 완승을 거뒀다.
 
문태영이 19점에 그치는 사이 문태종은 승부처가 된 4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는 등 국내무대 데뷔 후 최다 37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경기 막판 전자랜드가 올린 12점 가운데 11점을 홀로 넣었다. 동점 상황에서 나온 3점슛, 1점차 리드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넣은 중거리슛, 파울로 얻은 자유투까지 6개 중 5개까지. 더 말할 게 없는 해결사였다.
문태종은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문태종은 평균 20.25점을 올리고 있는데 이 중 13.25점이 3~4쿼터에 기록한 득점들이다. 4쿼터 평균 득점도 7.0점으로 애론 헤인즈(삼성·7.13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문태종은 "그것이 바로 나의 임무다. 유럽에서도 승부처에 강한 타입이었다. 유럽에서는 '머니타임'이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유럽에서도 성공한 선수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승부처에 강한 선수를 '머니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문태종은 프로농구 최고 머니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소나무' 서장훈
문씨 형제 대결의 관심을 모은 승부였지만 3쿼터까지 코트를 지배한 존재는 다름 아닌 서장훈이었다. 이날 서장훈은 3쿼터까지 29점을 올렸는데 놀라운 건 2점슛 10개를 던져 모두 다 넣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놀라운 슛 적중률을 과시하고 있었다.
 
LG는 문태영을 비롯해 기승호·한정원·이창수를 차례로 기용하며 서장훈을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서장훈은 림조차도 건드리지 않는 고감도 중거리슛으로 LG 수비를 흔들었다. 문태영이 문태종과 형제 대결에서 부진한 것도 수비에서 서장훈을 막느라 힘을 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실제로 문태영은 전반 파울 3개로 3쿼터 초반 벤치를 지켜야 했다.
서장훈은 올 시즌 8경기에서 경기당 28분19초를 뛰며 평균 15.9점 6.0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국내선수 7위이고 리바운드는 국내선수 2위에 랭크돼 있다. 선수로서 황혼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기량과 카리스마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여전히 그에게는 더블팀이 붙는다.
 
이른바 '농구대잔치 세대'들이 대부분 은퇴하거나 벤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장훈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코트를 지키고 있다. 유도훈 감독은 "서장훈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전날 패배한 상황에서 선수들과 함께 이기고자 하는 의욕을 보여준 게 정말 고맙다"며 서장훈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야말로 선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최강의 콤비
문태종과 서장훈은 베테랑인 만큼 농구를 알고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태종은 결코 무리하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타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돌파 후 수비가 몰리면 여지없이 미들라인에 자리한 서장훈에게 볼을 넘겨준다. 서장훈은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보답한다. 그동안 외로이 골밑에서 싸워야 했던 서장훈도 문태종의 가세로 상대의 집중견제에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서로에게 윈-윈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외 허버트 힐, 정영삼처럼 공격에서 부담을 덜어줄 선수들이나 이현호 이병석처럼 수비에서 궂은 일을 자처하는 선수들까지 있다. 이들에게 적절히 볼을 배급해주는 신기성의 존재도 든든하다.
문태종은 서장훈과 호흡에 대해 "내가 상대 수비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그가 압박을 받을 때 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같은 팀에서 뛰게 돼 서로에게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서로에게 수비 견제가 이뤄지지 못하는 역할을 해준다. 호흡도 굉장히 잘 맞는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서장훈도 "문태종은 좋은 사람이다. 선수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고 본인이 뭘 해야 할지 잘 아는 선수다. 문태종과 같이 농구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인간적인 신뢰를 나타낸 바 있다.
 
문태종과 서장훈은 선수로서 막바지에 만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두 선수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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