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개장' 안경현, "훗날 야구장 열고 싶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1.01 07: 01

"제 아들이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한 30% 정도는 그 점 또한 작용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꿈의 첫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밝았다. 야구 아카데미를 개장하며 제2의 야구인생을 펼친 '안샘' 안경현(40. 전 두산-SK)의 웃음은 그래서 더욱 뜻깊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19시즌 통산 2할7푼4리 121홈런 722타점의 성적표를 남기고 은퇴를 택한 안경현은 성실함을 토대로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선수. 연세대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으나 데뷔 초기에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안경현은 2000시즌서부터 두산의 주전 내야수로 자리매김하며 명성을 떨쳤다.
 
2000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한국시리즈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모습은 팬들의 뇌리에도 확실히 각인되어 있다. 2008시즌 후 SK로 이적해 2년을 더 한 뒤 은퇴를 택한 안경현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율석리에 실내연습장을 개장, 'A3 야구 아카데미'를 열었다. 코치로서 새로운 번호를 받기보다 자신의 현역 시절 등번호 3번을 지킨 것과 다름없다.
 
지난 10월 31일 안경현은 동료와 팬들의 축복 속에 뜻깊은 개장식을 가졌다. 두산 시절 절친한 선후배 사이이기도 했던 심재학 넥센 코치는 PDP TV를 선뜻 기증하며 선배의 사업 번창을 바랐다. 원주고 후배이자 두산에서 선수와 훈련 보조 요원으로 연을 맺었던, 올 시즌 전반기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했던 스위치 투수 백훈은 투수 겸 수비코치로 안경현을 돕는다.
 
빈객들의 박수에 웃음기를 감추지 못하던 안경현에게 야구 아카데미를 열 생각을 언제부터 생각했는지 물어보았다. "이전부터 생각했던 아이템"이라며 운을 뗀 안경현은 지난 여름 은퇴를 결심하면서부터 실행에 옮겼다는 이야기를 밝혔다.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순간 누군가에게 야구를 가르쳐주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SK 구단에 공식적으로 은퇴를 이야기한 뒤에는 한동안 마땅한 부지를 찾는 데 몰두했습니다.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이 일사천리처럼 풀리더군요".(웃음)
 
"홀가분했다"라며 은퇴 당시에 대해 떠올린 안경현. 그는 "그래도 야구를 배운 게 있으니 선수가 아닌 다른 존재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조만간 유소년 지도 쪽으로도 방향을 넓혀갈 계획이다"라는 말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남양주시 리그에서도 안경현의 야구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
 
 
 
"제 아들(안준, 12세)도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아들이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나왔지요. 그러나 수도권에는 워낙 주택가가 번잡해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이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30% 정도는 제 아들도 한 몫을 했어요".
 
실내 연습장의 규모는 폭이 12m에 길이가 40m 정도. 넓은 야구장에서처럼 외야 펑고, 호쾌한 프리배팅 등을 할 수는 없으나 내야수의 1-1 펑고나 간이 프리배팅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크기다. 안경현은 연습장에 대해 "야구를 혼자서라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찾아와도 무리가 없는 시설"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1-1로 특별 교습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이 정도 크기면 무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또한 프로 무대에서 야구를 해왔지만 프로 구단 또한 이 정도 규모의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하니까요".
 
프로무대에서의 특정화된 후계 양성이 아닌 사회로 팔을 벌린 안경현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힘으로 누구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을 건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직도 국내 야구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훗날 자신의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관중석이 어마어마하게 큰 시설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누구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직접 야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자신의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지금 야구 아카데미를 연 제 궁극적 목표입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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