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8기' 노리는 김경문호의 '이방인' 변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1.02 07: 04

다음 시즌에도 외국인 투수 2명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 좋은 팀 동료이자 필요한 순간 제 몫을 한 좌완이었으나 우승을 노리는 팀의 외국인 선수로는 아쉬움이 있던 레스 왈론드를 대신할 켈빈 히메네스의 짝이 누가 될 것인지, 또 어느 보직에서 활용될 지 더욱 궁금해진다.
 
2011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던질 8번째 출사표. 그 선언문이 봉투도 개봉되기 전에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방 잠실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중인 김 감독은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성배와 마무리 이용찬을 다음 시즌 선발로 활용해보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시즌 중 김 감독은 선발 전환에 대해 미처 준비를 채 갖추지 못했던 임태훈에 대해서도 "다음 시즌에는 선발진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올 시즌 준비과정과 큰 다를 바가 없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 이후부터 김 감독은 좌완 이현승을 데려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2명과 김선우, 홍상삼, 김명제에 이재우를 선발 후보로 놓고 지켜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 선발진 보완, 그러나 허술해지는 뒷문
 
1년이 지난 현재 김명제는 교통사고로 선수생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고 이재우의 경우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인해 다음 시즌 활약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다음 시즌까지 군 복무를 미룰 수 있는 이현승의 팔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서 1차 지명 최대어 출신들을 계투가 아닌 선발감으로 끌어올려 선발 후보진을 더욱 풍족하게 운용할 계획임을 알 수 있다.
 
이미 김 감독은 이전부터 "이제는 선발진과 타선 파괴력으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로소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야구가 가능한 선수층이 갖춰졌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것과 같다.
 
문제는 지난 2시즌 동안 51세이브를 올린 이용찬이 만약 다음 시즌 선발로 자리를 굳힐 경우 누가 뒷문을 막느냐에 있다. 상무를 제대하고 팀에 합류하는 4년차 우완 김강률은 최고 153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팀에서 '장래의 마무리 감'으로 지목했던 유망주지만 제구력이 관건이다. 플레이오프에서 가능성을 비췄던 성영훈은 아쉽게도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치유를 기다리는 상황.
 
고창성-정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의 활약이 다음 시즌에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올 시즌 운영책으로의 복원이 되지 않는 한 마무리 투수 기용법은 두산의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왕년의 마무리였던 정재훈이 다시 뒷문을 맡을 경우에는 팜에서 계투 요원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야수진에 비해 두산의 2군 투수진은 그리 풍요로운 편이 아니다. 투구축이 되는 왼 무릎 수술을 받은, 선발-계투가 모두 가능한 우완 김상현이 개막에 맞춰 합류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도 아쉽다.
 
▲ 새 카드 아닌 '트레이드 카드' 변수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새 외국인 투수의 활용여부가 더욱 궁금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를 뽑는 것이 팀의 운용계획이지만 변수가 있기에 팀의 새 외국인 투수가 뒷문을 지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바로 타 팀에서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방안이다.
 
 
 
실제로 두산은 KIA 우완 로만 콜론 영입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올 시즌 KIA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8승 7패 평균 자책점 3.91을 기록한 콜론은 KIA와의 재계약 불발이 거의 확실시 된다. 메이저리그서 주로 계투로 뛰었으나 팀 상황 상 선발로 뛰었던 콜론은 비교적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팀에 공헌했다.
 
특히 콜론은 두산에 3경기 1승 2패 평균 자책점 7.62로 약한 면모를 보였다. 두산을 제외한 다른 6개 구단을 상대로 한 콜론의 평균 자책점은 3.38로 괜찮은 편.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끝난 후 두산은 국내 선수 1명을 주고 콜론의 보유권을 사들이는 방안도 모색했다.
 
KIA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현재 LG 또한 콜론 영입을 검토 중이지만 LG는 2009년 김상현-강철민 트레이드 이후 선수 유출에 대해서 꺼리는 입장. 현금을 통한 양도를 노리는 LG보다 KIA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선수가 준비된 두산이 목표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 콜론 영입 여부, 활용법까지 영향 미칠 듯
 
만약 콜론의 최종 기착지가 두산이 될 경우 선발로서만이 아닌 마무리로의 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둘 만 하다. 캔자스시티 시절 콜론은 직구 평균 94.4마일(약 151km)의 빠른 속구를 구사하는 계투 요원이었다. 김 감독 또한 콜론에 대해 "장신에서 나오는 타점이 높아 스플리터가 좋을 때는 거의 언터처블이더라"라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마땅한 마무리 대체자를 캠프에서 찾지 못할 경우 유연한 보직 전환까지도 가능한 투수다. 또한 콜론의 올 시즌 투수 도루 저지율은 9푼5리(21회 시도/2회 저지)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8개 구단 전체 투수 중 정우람(SK, 12회 시도/1회 저지, 8푼3리, 출처-www.statiz.co.kr)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에 그쳤다. 포수의 책임도 있지만 셋포지션 시 퀵모션이 그리 빠르지 않다는 반증으로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의 활용도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포스트시즌에 참여하지 못한 팀들이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들을 물색하면서 "마땅한 카드를 찾기가 힘들다"라는 고민을 토로하는 것이 현 시점이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기량이 확실한 투수를 찾지 못할 경우 두산이 구위만큼은 대단했던 콜론 카드를 되돌아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두산은 이미 외국인 투수와 국내 선수가 오간 KIA와의 거래에서 마크 키퍼, 다니엘 리오스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일념으로 2011시즌을 준비 중인 '김경문 호'. 우승을 향한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외국인 투수를 놓고 두산은 어떤 패를 뽑아 새해를 맞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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