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전형적인 2군 선수였다. 별 생각 없이 그곳 생활에 만성적으로 젖어있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했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아 방출 직전까지 갔다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된 LG 트윈스 외야수 양영동(27)의 고백에는 진심이 묻어 나오고도 남을 만큼 솔직한 고백이 있었다.
야구 선수라면 자신의 의지 때문에 어린 시절 야구를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신이 이대호, 류현진, 김광현이 된 것 마냥 스타의식에 젖어있는 2군 선수들도 많다. 양영동도 이와 같은 선수였다. 그는 "야구를 어떻게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냥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 받는 그런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 남해와 진주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서 박종훈 감독 뿐 아니라 선수단 모두가 인정한 가장 열심히 훈련한 선수로 뽑혔다. 박종훈 감독이 양영동을 꼽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박 감독은 "양영동이 가장 열심히 했다. 그의 눈빛을 봐라. 살아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선수들 뿐 아니라 이들의 훈련을 돕는 LG 불펜 포수 정주현(24)도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한 선수 한 명만 꼽는다면 양영동이다. 모두가 인정한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양영동은 지난 2006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첫 시즌 1군에 잠깐 얼굴만 내비쳤을 뿐 특별한 기록 없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제대 후 삼성에 복귀했으나 그는 방출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좌투좌타인 양영동은 얼핏 멀리서 보면 두산 정수빈 또는 이종욱으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체구와 타격폼을 지녔다. 타구 역시 좌중간으로 정확한 컨택을 바탕으로 가볍게 밀어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영동 역시 "나보다 어리지만 정수빈을 좋아한다. 야구를 참 예쁘게 잘 하더라. 동생이지만 배울 게 많다"고 자존심까지도 내려 놓았다.
양영동은 올 시즌 퓨처스(2군) 리그 83경기에 출전 2할6푼9리의 타율에 47안타 16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특출 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1군에 한 번도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또 다시 방출자 명단이 발표 되면서 양영동은 새롭게 다짐했다. 생애 두 번 방출은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었다.
각오가 남달랐기에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힘들어도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박종훈 감독도 "금방 나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잘 버틴다"며 "그 만큼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양영동이 보여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양영동은 "나는 우리 팀 주전 외야수들보다 경험도, 실력도 처진다. 그래서 이들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해서 집중력도 더 생겼다. 1군은 세밀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충 넘어가는 것이 없다.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이라며 강인한 눈빛을 보였다.
열심히 하는 선수에 코칭 스태프의 마음도 가기 마련이다. 서용빈 타격 코치도 양영동에게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열성적으로 지도했다. 서 코치는 "(양)영동이는 딱 봐도 조동화, 정수빈과 같은 스타일이다. 그러나 체구에 맞지 않게 어퍼스윙을 구사했었다. 당연히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없었다"고 지적한 뒤 "지금은 간결하고 정확한 타격을 하는 스윙폼으로 수정한 것이 많이 좋아졌다. 훈련을 통해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종훈 감독도 "스스로가 자신이 2군에 물들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말한 뒤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주사위를 양영동에게 건넸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려고 한다"는 양영동의 말 속에는 절박함에서 묻어 나오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양영동에게는 미국에서 50일간의 마무리 훈련이 기회의 땅, 기회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사진>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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