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컵]프로리그 있는 '대만-일본-한국', 부진 이유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1.02 10: 35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제17회 대륙간컵야구대회가 열렸다.
김정택(57, 상무) 감독이 이끈 한국은 33년만에 대륙간컵 우승을 목표로 출국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세계 최강' 쿠바 뿐 아니라 대만, 일본, 심지어 유럽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게도 패하며 6위에 머물렀다. 5~6위 순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물리친 일본이 5위, 이탈리아에 3~4위전서 패한 대만은 4위에 그쳤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프로야구가 운영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이 차례대로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1위 쿠바는 그렇다 치고 2위가 네덜란드, 3위에는 이탈리아가 올랐다. 이 결과는 불과 10년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쿠바, 여전히 세계 최강 입증
쿠바는 이번 대회에 올리베라, 엔리케스, 벨 등 지난 2008베이징 올림픽 멤버 대부분이 참가해 8전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대표적인 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26)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6 WBC 준우승 당시 최우수 2루수에 뽑혔다.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도 4번타자로 맹활약했다.
지오르기스 두버겔도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톱타자로 출장 3안타를 몰아치며 4-1승리를 이끌었다. 헥터 올리베라는 5할9푼3리(27타수 16안타)로 타격왕, 득점왕, 그리고 MVP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투수들 역시 야디에르 페드로소 등이 버티며 두터운 마운드를 유지했다.
쿠바 팀의 특징은 국가대표로 뽑힌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국제대회를 꾸준히 참가해 개인 실력 뿐 아니라 팀웍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우승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전력이라는 것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ML에 스카우트된 유럽 선수들 실력 급상승
이번 대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놀라운 일은 '축구의 나라'로만 생각했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아주리군단'이탈리아가 각각 한국, 대만, 일본등을 차례로 완파하고 각각 2,3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한국 대표팀과 함께 한 대한야구협회 이규석 기술위원은 1일 인천공항에서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팀들이 10년 전과 전혀 다르다"고 말한 뒤 "앞으로 계속 강해질 것 같다. 이제 우리랑 별 차이도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프로야구(MLB) 구단들이 아시아 지역 뿐 아니라 유럽 각 국가에도 스카우트를 고용해 신체조건이 좋은 유망주들을 일찍 계약한다. 올 시즌에도 메이저리그 팀들이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선수들과 꾸준히 계약했다.
기본적으로 190cm가 넘는 키, 몸무게 100kg에 가까운 신체 조건과 운동신경 또한 좋은 편이다. 고급 기술들을 빠르게 습득해 이제는 더 이상 야구의 변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우규민은 "유럽 선수들이 예전과 확실히 다르다. 타격, 피칭 뿐 아니라 수비까지 견고해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본 2군, 대만도 1.5군…4,5,6위
프로리그가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이 이번 대회에서 순위권 밖에 들었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올림픽 또는 WBC급 선수가 아닌 프로 2군 위주로 구성했다. 일본도 2군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고, 대만도 아시안게임 대표가 12명만 참가해 1.5군에 가까웠다. 즉 이제는 한국, 일본, 대만도 아마추어 국제대회에서 프로 베스트 멤버로 꾸려진 대표팀이 아니고서는 입상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한국의 클린업트리오는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김태균(지바 롯데 말린스), 그리고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이 아닌 이원석(두산 베어스), 유한준(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김재환(상무)으로 구성됐다.
투수들 역시 류현진(한화 이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봉중근(LG 트윈스)이 아닌 고원준(넥센), 박현준(LG), 김성현(넥센) 등 신예들 위주로 꾸려졌다. 우리로서는 대표팀이긴 하지만 베스트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한국은 2일 현재 세계 랭킹에서 쿠바, 미국, 일본에 이어 4위에 올라있다. 2008베이징 올림픽과 2009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대륙간컵을 포함한 다른 국제 대회에도 강팀을 꾸려 출전해야 한국 야구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도 아마추어 아시안게임 대표팀보다 강한 프로 2군으로 구성된 팀을 대륙간컵에 출전시켰지만 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했다. 네덜란드에는 2-1 진땀승을 거뒀다. 결선리그에서 대만에 5-12, 쿠바에도 1-4로 맥없이 패했다.
대만 역시 아시안게임 대표가 12명이나 참여했지만 결선리그에서 네덜란드에 3-5로 패했을 뿐 아니라 3,4위 결정전에서는 이탈리아에 3-4로 유럽팀에 무너졌다.
김정택 감독은 "앞으로 1군이 출전하지 않으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 같다. 솔직히 대만보다 유럽 팀들이 더 무섭다. 과거의 이탈리아, 네덜란드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힘이 좋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팀들에 스카우트 되면서 기술까지 배워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규석 기술위원은 더 나아가 "비록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호주 캐나다도 만만치 않다. 2007년 월드컵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는데 이렇게나 빨리 실력이 향상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리그가 있는 아시아 3개국이 3위 안에 모조리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