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알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SK 선수단이 대만시리즈 챔피언인 슝디 엘리펀츠와의 부담스런 대결에 나선다.
2일 오후 세로 줄머리 정장을 차려입고 대만 타이베이 입국장을 통과한 김 감독은 금새 대만 및 한국 언론들에게 감싸였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일단 대만에 온 이상 이기고 가겠다"고 굳은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대만 현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이기기 위해 왔다"고 강조, 자신감을 드러냈다. 1차전 선발에 대해서도 "카도쿠라와 글로버 중 한 명을 낼 생각"이라고 여유를 보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를 잘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부담도 느껴졌다.
김 감독은 지난 2008년 아시아시리즈 때 통이 라이온즈에 패한 것을 떠올리면서 "그 때는 미리 상대 경기를 보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TV 동영상 자료만 봤기 때문에 계산이 힘들다. 눈으로 직접 봐야 종합적으로 알 수 있다"고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감독 뿐 아니라 박경완도 마찬가지. 박경완은 전날 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팀에 합류, 이날 바로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바람에 슝디 전력 파악을 전혀하지 못했다. "첫 타석에서 타자들의 움직임을 보고 우리 투수들에게 조언하겠다"면서 "오늘 당장이라도 최대한 많은 자료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시리즈 이후 우리 투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표팀에서 차출됐다 합류한 송은범 역시 "저쪽 팀을 잘 모르겠다. 통이라면 이미 아시아시리즈에서 붙은 적이 있어 알겠지만 슝디는 전혀 모르는 팀"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시리즈 이후 실전을 뛰지 못했다"고 말한 송은범은 막연히 "장타력이 좋고 스윙을 자신감 있게 돌린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정도도 통이를 통해 안 것"이라며 "아웃코스에서 몸쪽으로 서서히 공략해 가는 투수의 기본적인 피칭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병두형과 (이)승호형이 있어 부담없이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정우람도 "비디오도 보지 못해 전혀 모르는 상태"라면서 "대만 타자들이 힘이 좋아 중요한 상황에서 장타를 맞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어 정우람은 "유인구로 상대를 끌어낸 후 몸쪽 공략으로 나설 것"이라면서 "박경완 선배를 믿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두 경기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대만보다 한수 위로 평가받는 한국이 첫 경기를 이긴다 하더라도 2차전에서 지면 1승 1패가 돼 무승부가 된다. 결국 2승을 모두 이겨야 체면이 서는 것이다.
또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대표팀 차출로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과 붙박이 중견수 김강민의 공백도 아쉽다. 김 감독은 "조동화도 있고 나머지 사람으로 보충을 해야 한다"고 여유를 보였지만 "한국시리즈에 비해 70~80% 전력 밖에 되지 않는다. 긴장감이 끊어진 상태"라면서 "이제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자료를 통해 본 슝디의 전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팀답지 않게 팀플레이와 주루플레이가 괜찮다. 특히 외국인 투수가 다 좋다. 변화구가 많아 우리가 어떻게 공략할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우리가 치기 힘든 투수다. 타자들도 왼손이 괜찮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원정이라는 점도 변수다. 1983년 OB 때 이후 처음으로 대만 땅을 밟은 김 감독은 "어웨이 경기에 대한 불리한 점도 극복해야 한다"면서 "심판의 판정이 가장 큰 변수"라고 지목했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가 전날 밤에 합류한 4명(박경완, 송은범, 정근우, 최정)의 컨디션도 체크하지 못한 상태다.
letmeout@osen.co.kr
<사진>타이베이=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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