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속에 양배추를 넣고 강속구를 뿌리던 에이스, 두산에서 LG로 이적, 수술과 재활을 극복하고 개인 통산 100승. LG 트윈스 '베테랑' 박명환(33)의 지난 15년 발자취다.
올 시즌 개인 통산 100승을 돌파하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박명환은 지난 8월 또 다시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박명환은 내년 시즌에도 마운드에 서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선수단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로 마무리훈련을 떠났다.
출국 전 OSEN과 만난 박명환은 "지금도 약간 몸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위해서 준비하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명환으로서는 올 시즌 아쉬움이 많이 남은 한 해였다. 박명환은 어깨와 팔꿈치 재활을 잘 마치면서 스프링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전성기 시절의 박명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40km 중반대 직구과 낙차 큰 슬라이더를 예상했다.
박종훈 감독도 시즌 초 박명환에 대한 기대의 뜻을 나타냈다. 박 감독은 "박명환은 부상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수술을 마치고 복귀해 148km까지 던졌다. 이것만 놓고 볼 때 아프지만 않는다면 분명히 좋은 투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명환은 올 시즌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5km까지 나왔다. 물론 매 경기 평균구속은 아니었지만 컨디션이 좋은 날은 분명히 전성기 박명환의 부활을 기대케 했다. 4월에만 2승을 거두자 희망은 더 커졌다. 그러나 올 시즌 선발로 15경기에 등판 4승6패 평균자책점 6.63을 기록한 뒤 부상으로 8월에 시즌을 조기에 접었다.
박명환 역시 열심히 운동한 만큼 올 시즌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픈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또 다시 몸이 아파오자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듯 보였다. 박명환은 "스스로도 아직 뭐라고 확신을 못하겠다"고 말한 뒤 "그렇지만 마운드에 서고픈 마음이 가장 우선이다. 미국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도 따라 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박명환은 올 시즌을 끝으로 LG와 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재계약 대상이다. 박종훈 감독은 "박명환이 선수 생활을 원한다면 우리는 계속 함께 할 것이다. 공을 던질 수 있다면 LG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구단 역시 11월 중으로 운영팀에서 미국으로 날아가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할 때 박명환과도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지난 2006년 FA자격으로 LG와 4년간 40억원의 계약을 한 박명환은 올 시즌 5억원을 받았다. 대폭적인 연봉 삭감은 불가피하다. 얼마에 계약을 할 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지금 박명환에게 중요한 것은 눈 앞에 다가올 연봉 협상이 아니라 재활을 통해 몸을 잘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스스로 떨어져 있는 자신감,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되찾는 일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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