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을 뿐이잖아요. 일단 다치지 않고 몸 잘 만들어 놓아야지요".
일말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선수로서 자신감을 찾은 한 해였기에 그의 표정은 밝았다. 올 시즌 2할6푼3리 24홈런(6위) 86타점(7위)을 올리며 타순 한 자리를 꿰찬 '이블 성렬' 이성열(26. 두산 베어스)이 2010시즌을 자평하며 다음 시즌을 향한 푸른 꿈을 키웠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한 2003년 탁월한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로 주목을 받으며 LG에 2차 1순위로 입단한 이성열은 한동안 자신의 잠재력을 현실화하지 못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2005년 지명타자 및 대타 요원으로 9홈런을 때려내기는 했으나 정확도 면에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던 이성열은 결국 2008년 6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다.
1년 반 동안 기량 연마에 힘쓰던 이성열은 2010년 김경문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3번 및 6번 타순을 꿰차며 장타력을 뽐냈다. 비록 136개의 삼진(2위)을 당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나 그는 잠실을 홈으로 쓰는 타자로서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는 투수들이 쉬어가는 타자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열중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소화한 이성열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휴식기 동안 고향에 내려갔는데 마침 부모님께서 여행을 떠나셔서 얼굴을 못 뵈었어요"라며 웃음을 띈 이성열은 미완의 자신을 조금 더 보완하는, 충실한 비시즌을 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이성열과의 일문 일답.
-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너무 많은 삼진을 당하는 등 수싸움 면에서 약점을 비췄다. 현대 야구가 타자의 확률 높은 공격을 선호하는 만큼 나 또한 팀이 원하는 모습으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모습을 자랑했다. 2010시즌을 개인적으로 자평한다면.
▲ 잠실에서 별로 홈런(잠실 8홈런)을 못 때려낸 것 같은데.(웃음) 감독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미숙한 가운데서도 의미있는 한 해를 보냈다. 야구를 놓으려던 힘든 시기도 있었음을 돌아보면 올해는 나 자신에게 '그래도 아직은 더 야구를 해야겠구나'라는 희망을 준 한 해라고 생각한다.
- 점수로 표현한다면 어떻겠는가. 성공적인 시즌이었기에 자신감 고양 측면에서 스스로 후한 점수를 줘도 좋을 것 같다.
▲ 100점 만점에 85점?(웃음) 감산되는 15점 중 10점은 공격 면에서다. 볼카운트가 몰렸을 때 상대의 유인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힘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점은 반드시 수정, 보완해야 한다. 나머지 5점은 수비와 주루 등 기본적인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공격만이 아닌 수비-주루 면에서도 팀에 필요한 존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발이 빠른 편인데 올 시즌에는 의외로 도루(6도루)가 적은 편이었다.(이성열은 200m 달리기 시 팀 내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준족이다)
▲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선수들이 훨씬 더 잘 뛰고 더 유려한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지 않는가. 다른 부분에 신경쓰다보니 도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도 했고.
- 가장 묻고 싶던 질문이다. 꼭 1년 전 포수 마스크를 다시 쓰면서 야구에 대한 재미를 찾았고 스스로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등록 포지션도 포수였으나 정작 개막 후에는 지명타자나 우익수로 출장했다. 아쉬움은 없는지.
▲ 아마추어 시절 소화했던 위치인 만큼 욕심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당장 팀에서 내게 원했던 것에 더욱 충실하려고 했고 또 포수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내게는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 24홈런 86타점에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타율 2할5푼대를 넘어섰다. 다음 시즌 수치 상 목표가 궁금해진다.
▲ 아직은 목표 설정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제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을 뿐이고 앞으로는 스프링캠프도 남아있다. 좋은 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다치지 않고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치지 않고 차근차근 다음 시즌을 향해 준비한다면 자연스레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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