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12억에도 '신의' 지킨 박용택, 평생 'LG맨' 택하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1.04 10: 30

사람이라면 '돈과 명예'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택한다. 돈은 많이 받으면 좋고, 명예도 더 높아지면 좋다. 그러나 가끔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가 생긴다.
LG 트윈스'간판타자' 박용택(31)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대한 꿈을 키우고, 지난 9년 동안 함께 했던 LG와 재계약하고 활짝 웃었다. '돈'을 생각했다면 다른 구단과 협상을 할 수도 있었다. LG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이런 저런 잔머리도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용택은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의'를 지키며 평생 'LG맨'으로 남길 선택했다.
박용택은 3일 오후 잠실 사무실에서 계약 기간 4년, 최대 34억원에 원 소속 구단인 LG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신청서 제출 시점부터 보면 구단 관계자와는 6번째 만남이었다. 계약 금액도 최대 34억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코 뻥튀기 된 계약이 아닌 적절하면서도 박용택을 동기 부여시킬 수 있는 조건이다.

계약 조건은 4년(3+1년) 동안 계약금 8억(5억+3억), 연봉 3억 5천만원 등 최대 34억원에 계약했다. 확정 금액은 3년 계약금 5억과 연봉 10억 5000만원, 총 15억 5000만원이다. 만약 4년째 되는 해 계약이 연장 될 경우 계약금 3억과 연봉 3억 5000만원이 추가돼 총 22억원이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12억원은 무엇일까. 4년으로 나눠볼 경우 1년에 3억원이 옵션이 된다. 옵션은 보통 경기수, 타율, 안타, 타점 등에서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박용택은 각 부문별 성적 여하에 따라서 플러스 옵션이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 옵션이 될 수도 있다.
계약 후 박용택은 OSEN과 전화 통화에서 "사실 빨리 계약을 하고 싶었다. 기간이 걸렸던 건 큰 틀이 달랐다. 계약에 옵션이 많이 붙은 상황이다. 그래서 처음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협상을 하면서 구단의 조건을 수긍했다. 구단에서도 내가 원하는 부분도 맞춰줘서 수긍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약에 많이 신경 써 주신 것 같아서 구단에 감사하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금액만 놓고 보면 결코 박용택도 만족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무엇이 그의 마음을 붙잡았을까. 박용택은 "사실 FA 신청을 하기 전부터 난 LG와 계약을 할 마음 뿐이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LG야구를 보면서 야구의 꿈을 키워왔고, LG에 입단했다. 다른 마음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며 "난 정말 LG에서 4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LG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이다.
박용택은 지난 1998년 LG 2차 우선지명으로 2002년 프로에 데뷔한 박용택은 지난 9년 통산 1046경기에 출장 2할9푼2리의 타율에 1123안타 110홈런 516타점 607득점 217도루를 기록했다. 2004년 데뷔 첫 3할을 돌파한 박용택은 2009년에는 타격왕(3할7푼2리)에 오르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전반기 내내 타격슬럼프에 빠져 1할대 타율에 머물렀지만 후반기 맹타로 타율 3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타율 3할을 돌파했다. 박용택 역시 3할을 치기까지 "힘들게 돌아왔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짜 많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박용택은 또 올 시즌 LG 주장을 맡아 조금은 아쉬움이 남은 성적이지만 개인 성적의 어려움 속에서도 팀을 위해 솔선수범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박용택은 자신의 이름 연호하며 응원가를 불러주던 LG 팬들을 잊을 수 없었다.
박용택도 "이제 정말 유니폼 벗을 때까지 LG와 함께 하고 싶다. LG와 평생 함께 하고 싶다. 내 위로 고참이 5명 정도 밖에 없더라. 이제 중고참이 아니라 고참이 됐다. 팀에서는 더 모범적인 고참 선수가 되겠다. 그리고 FA 선수로서도 단순히 돈만 받는 선수가 아니라 받은 연봉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쿨가이'라는 별명처럼 쿨하게 계약을 마친 박용택. 지금부터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 된다. 단순히 개인 성적을 넘어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LG를 4강으로 인도해야 자신의 가치가 더 드러낼 수 있다. LG의 선택이 맞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