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동료들과 함께 할 시간을 빼앗아 가는지 모르겠다".
살짝 미소를 머금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SK 주장 김재현(35)의 목소리에는 정말 가장 소중한 것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애틋함이 느껴졌다.
3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홀로 덕아웃에 앉아 팀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던 김재현. "아니 왜 나로 바뀐거지? 원래 내가 아니라 박경완 선배가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오늘 다시 변경됐다"고 취재진 앞에서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오는 4~5일 이틀 동안 치러지는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의 미디어데이 행사에 계획에 없던 참석 호출을 받은 사실에 대해 살짝 털어놓은 것이다.
김재현은 "이제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조금이라도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이야기하고 훈련하고 싶은데 자꾸 안으로 불러들인다"면서 "그런 행사에 참석하려면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훈련을 끝내고 샤워를 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며 하소연했다.
이미 올 시즌 후 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 확정돼 있는 김재현으로서는 남은 시간을 좀더 동료들과 보내고 싶어하고 있다.
"공식적인 시즌은 이미 한국시리즈 4차전으로 끝났다"는 김재현은 "이제 세 경기를 남겨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으니) 27년 동안 야구를 했다. 내 인생에 있어 4분의 3을 함께 해왔던 야구다. 조금이라도 후회가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나"면서 아쉬워했다.
또 "워낙 내게 비중이 컸던 야구였기 때문에 일단 1~2달 심사숙고 한 후 미래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야구만 보고 야구만 생각하며 달려왔던 김재현이지만 이제는 그 야구와도 완전하게 작별을 해야 할지 모른다.
김재현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야구쪽 일을 계속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예 야구와 관련없는 일을 할 수도 있다"면서 "만약 야구와 관련된 일이 아닌 쪽을 선택할 때는 야구는 완전히 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해도 성공할까 말까한 사회생활인데 돌아갈 구석을 마련해서는 나태해져 집중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었다. 정말 야구와 관련된 일이 아닌 쪽을 택하면 사실상 야구계는 김재현과 완전한 이별을 고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1~2달의 시간 동안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려 한다"는 김재현의 말이 이해가 됐다.
이를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방망이를 신일고 직속 후배이기도 한 임훈의 가방에 일단 넣어두었다.
김재현은 "일본과의 클럽 챔피언십(13일)이 끝나면 모든 장비를 필요한 후배를 위해 다 나눠 줄 생각"이라며 "내 유니폼 한 점 정도만 기념 삼아 가지면 되지 않겠나 싶다. 어차피 아무 것도 없이 왔는데 갈 때도 다 버리고 가야 하지 않겠나"고 활짝 웃었다.
생애 처음으로 대만 땅을 밟은 김재현. 앞으로 야구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김재현에게 야구는 하루하루가 즐거움인 이별여행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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