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투수가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 이럴 경우 타자들이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만시리즈 우승팀 슝디 엘리펀츠와의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경기가 열릴 장소인 대만 타이중 컨티넨탈 구장에서 공식훈련을 가진 SK 선수단의 분위기는 밝았다.

대부분 낯설게 느낀 경기장이었고 한국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갖는 실전경기라는 점에서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맞대결할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라는 점에서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김정준 코디네이션 코치는 "슝디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 대만시리즈 4경기 정도를 구해서 볼 수 있었다"면서 "한마디로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고 전력분석 상태를 밝혔다.
이는 김성근 SK 감독도 마찬가지. 지난 2007년과 2008년 코나미컵 및 아시아시리즈에서 만난 대만팀 통이와의 경기를 비교하면서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에는 미리 상대가 다른 팀과 하는 경기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고 살짝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 역시 대만시리즈 4경기를 통해 얻은 정보가 다였다.
그만큼 투수와 타자의 첫 승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SK 주장 김재현은 "서로가 모르는 상태에서는 투수가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쌍방이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 탐색이 가능한 투수가 타자에 비해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송은범과 정우람이 "바깥쪽 승부를 통해 타자들의 움직임을 조금씩 파악해 나가겠다"며 기본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투수들이 유리한 분위기를 경기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곧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발 글로버가 얼마나 오래 끌고 갈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대만 출국 전날 밤에야 팀에 합류한 박경완은 "상대 타자들이 첫 타석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움직임을 본 후 투수들에게 조언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직접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움직임을 겪으면서 하나씩 의견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거꾸로 타자들이 얼마나 빨리 상대의 투수에게 적응하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SK 타자 입장에서는 슝디의 선발 투수 올란도 로만의 볼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로만은 평균 140km 중반의 빠른 직구가 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워크도 상당히 예리하며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유인해낼 수 있는 낙차 큰 커브도 보유했다. 이외에도 3명의 외국인 투수가 있다.
타자 입장에서는 첫 타석에서 어떤 볼배합으로 상대 배터리가 나왔는지,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가 어떤 것을 노리고 들어왔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투수는 상대 타자에게 생소함을 유지해야 하고 타자들은 상대 투수의 구위를 빨리 파악하는 첫 타석이 사실상 이날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다음날 2차전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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