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수 4인방이 모두 부진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결코 좋은 않은 징조다.
지난 4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 1차전에서 SK는 슝디 엘리펀츠에 2-3으로 9회 끝내기 역전패했다. 4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때렸지만 나머지 타자들이 침묵을 지키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고 경기 막판에는 믿기지 않는 끝내기 2루타를 맞았다. 패배의 한가운데에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타선에서는 대표 주전 2루수 정근우와 3루수 최정이 침묵했다.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한 정근우는 5타수 무안타로 철처하게 침묵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날카로운 중견수 플라이를 때려냈지만 이후 4타석에서 삼진과 힘없는 땅볼로 맥없이 물러났다. 5번타자 3루수 최정도 5회 트레이드마크가 된 몸에 맞는 볼로 한 차례 출루했을 뿐 나머지 타석에서 삼진 2개와 땅볼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공격의 선봉장과 해결사가 나란히 침묵을 지키자 SK 타선 전체가 힘을 잃고 말았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로 등판한 송은범이 아쉬움을 남겼다. 2-1로 1점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송은범은 첫 타자 왕진용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볼넷으로 내보낸 뒤 왕셩웨이에게 초구 높은 변화구를 던지다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왕셩웨이는 "송은범의 직구와 변화구는 구속차이가 컸다. 직구 위주로 던진다고 알고 있었다. 그것만 생각했다"고 말하며 사전에 분석이 돼 있었음을 밝혔다.
'안방마님' 박경완도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강행군을 묵묵히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으나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타격에선 삼진 2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는데 4회 1사 1루에서 그답지 않게 번트에 실패하며 스리번트로 아웃되고 말았다. 추가점을 올릴수 있는 흐름이 끊긴 순간이었다. 수비에서도 도루를 2개나 허용했다. 3회 쟝즈하오가 도루를 시도하자 2루 송구를 시도했으나 공을 땅바닥에 내리 찍을 정도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9회에도 주웨이밍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하며 어려운 상황을 초래했다.
대표선수 4명 모두 한국시리즈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에서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다 곧장 대만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치렀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으니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한국시리즈 이후 2주 가까이 쉰 만큼 실전감각에서도 정상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도 대표선수들의 부진에 대해 "대체적으로 실전감각이 떨어져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부진은 비단 SK에만 해당하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있는 야구대표팀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정근우·최정·박경완 모두 대표팀에서 주전을 맡아야 할 선수들이고, 송은범도 우완 셋업맨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이들이 안 좋은 컨디션을 보인다면 대표팀에도 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워낙 기량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인 만큼 곧 정상 컨디션을 찾으리라는 기대. 5일 열릴 2차전에서 그들이 부활해야 SK와 광저우 야구대표팀 모두 웃을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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