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피해자' 두산, "히메네스를 지켜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1.05 07: 10

6년 전 좌완 에이스를 빼앗아 간 그 팀이 또다시 대한해협 건너 이방인 에이스를 노리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켈빈 히메네스(30)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우완 계투 중 한 명으로 활약하며 두산 스카우트진의 이목을 집중시킨 히메네스는 올 시즌 14승 5패 평균 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13승을 올린 김선우와 함께 선발진의 두 기둥으로 한 몫 했다. 이 맹활약에 힘입어 히메네스는 카도쿠라 겐(SK)과 함께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섰다.

 
특히 히메네스는 실력 만이 아닌 인성 면에서도 짝꿍이던 레스 왈론드와 함께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주로 계투로 나섰던 히메네스를 위해 시즌 초 김경문 감독이 투구수 조절을 해주자 그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두 번의 우천 중단에도 스스로 몸을 덥히며 팀에 공헌하고자 했다. 또한 올 시즌 선발로 첫 해를 치렀던 임태훈은 히메네스에게서 싱커를 배우며 다음 시즌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히메네스의 행보가 두산의 우환거리가 되고 있다.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좋은 활약으로 인해 대한해협 건너 일본에서 히메네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히메네스에게 관심을 가진 구단은 총 12개 구단 중 4개 구단으로 압축된다. 센트럴리그에서는 한신 타이거스와 히로시마 도요 카프이며 퍼시픽리그에서는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와 토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히메네스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즌 중 가장 히메네스에 관심을 갖던 팀은 바로 한신. 그러나 한신 스카우트진은 지난 8월 25일 잠실 한화전을 직접 지켜봤으나 히메네스가 4⅓이닝 6피안타 5실점(4자책)의 부진투를 보여주자 스카우트 또한 이맛살을 찌푸리며 잠실을 떠났다. 싱킹 패스트볼의 움직임은 좋았으나 체인지업 구사력은 최고로 놓기에 무리가 있던 히메네스의 투구에 실망감을 금치 못한 것. 그와 함께 한신의 관심도도 떨어졌다.
 
그 대신 라쿠텐이 히메네스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04년 김 감독에게 부임 첫 해 3위라는 호성적을 안겼던 좌완 에이스 게리 레스의 발걸음을 연상케 한다.
 
 
 
2001년 해태(KIA의 전신)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던 레스는 이듬해 두산으로 이적해 16승을 올리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2003년 요미우리로 이적했으나 요미우리 특유의 순혈주의 선수 운용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레스는 2004년 두산에 재입단해 17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좌에 오르는 등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공은 빠르지 않았으나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찌르는 절묘한 제구력이 인상적이었다.
 
투구 매뉴얼이 워낙 탁월했던 투수였기에 당시 두산은 외국인 선수에게 파격적인 다년 계약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결국 레스는 일본의 러브콜을 떨쳐내지 못하고 요미우리에서 인연을 맺었던 우완 맷 랜들을 추천하며 라쿠텐의 연고지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로 떠났다.
 
레스의 공백을 막기 위해 두산은 2005년 메이저리그 경력의 베테랑 좌완 척 스미스를 선발했으나 팀 융화면에서 약점을 비춰 퇴출의 칼을 꺼냈다. 마침 시즌 중 KIA에서 다니엘 리오스의 퇴출 수순을 밟던 때에 맞춰 트레이드(리오스+김주호-전병두)를 단행했기에 망정이지 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더라면 두산의 2005시즌은 자칫 병역 파동 폭풍과 맞물려 암흑기가 될 수도 있었다.
 
현 상황도 두산에게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조만간 도미니카 윈터리그로 윤석환, 조계현 투수코치와 이복근 스카우트팀 차장, 이창규 운영팀 과장을 파견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을 계획인 두산이지만 히메네스를 라쿠텐에 빼앗긴다면 포스트시즌 활약이 좋았던 왈론드의 재계약 여부도 다시 생각하며 새로운 투수를 찾아야 한다. 다음 시즌 선발진 구상의 주축인 히메네스인 만큼 존재의 유무가 더욱 중요한 순간이다.
 
3년 전 야쿠르트로 떠난 리오스와는 다른 케이스다. 리오스의 경우는 2005년부터 오릭스 등 일본 내 구단들의 관심을 모으다 2007년 22승 5패 평균 자책점 2.07이라는 어마어마한 스탯을 올리며 일본 시장 내 몸값 가치(2년 최대 380만 달러)를 올려 이적한 경우. 올해 국내 무대 첫 시즌을 치렀을 뿐인 히메네스인 만큼 3년 전 리오스만큼의 커다란 가치를 책정하고 있지 않아 6년 전 레스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꼭 6년 전 두산은 독점 교섭권 기한이던 11월 30일까지 레스와의 재계약 건을 매조지는 데 실패한 뒤 결국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레스의 라쿠텐 행을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 오랜만에 찾은 이방인 에이스를 똑같은 상대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두산이 과거의 뼈아픈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하드 싱커볼러'를 다음 시즌에도 선발진 기둥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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