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기만의 스윙이 있는 법이다".
김성근(68) SK 감독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갈 국가대표팀 타자들이 메이저리거 추신수(28, 클리블랜드)의 타격폼을 따라할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4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 1차전에서 대만 슝디 엘리펀츠에 9회 끝내기 안타를 맞아 3-2로 충격의 역전패를 맛본 김 감독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2시간에 걸쳐 담담하게 이날 경기를 복기, 경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또 대표팀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특히 추신수와 관련된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언론을 통해 본 것이 다지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라고 전제한 김 감독은 "추신수의 타격폼이 대표팀 전체 타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대표팀에 합류한 후 메이저리거답게 연일 장타를 쏘아올리고 있다. 이에 언론 뿐 아니라 대표팀 동료들까지 추신수의 타격에 대해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바로 이 점을 2006년 WBC 일본대표팀의 예를 들며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김 감독에 따르면 2006년 3월 열린 WBC 때 일본대표팀 내에서는 독특한 이치로의 타격폼을 따라하는 타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하나 같이 그 해 시즌을 망쳤다. 대표적으로 이마에 도시아키(지바 롯데)가 그랬다. 이마에는 2005시즌 3할1푼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2006시즌 2할6푼7리로 부진했다. 2007시즌에는 2할4푼9리까지 헤맸다.
김 감독은 "이치로는 몸이 느리게 나오는 듯 하지만 빠른 스윙 스피드를 이용해 좌중간으로 밀어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다른 타자가 흉내낼 수 없는 타격폼이다. 이치로는 이치로만의 스윙을 하는 것이다"면서 "추신수도 추신수만의 스윙이 있다. 옆에서 보면 툭툭 힘들이지 않고 배트를 휘둘러 홈런을 날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의 스윙 스피드가 뒷받침 돼야 한다. 또 메이저리그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폼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추신수의 폼을 따라하다보면 결국 그 선수는 자신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장점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저마다 현재의 타격리듬과 자세를 통해 대표팀에 차출된 만큼 신중하게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애정어린 조언이었다. 크게는 추신수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데 있어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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