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굳이 확확 변해야 하나요?"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11.05 16: 44

한 여자의 성장담을 보여준 사극 '동이'에서 타이틀롤을 만났던 한효주. 10개월 동안 한 인물을 연기하며 본인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뤘다. 그래서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이 배우는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지산만의 속도로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나아가고 있는 한효주를 '동이' 종영 후 만났다. 촬영장에서 치열해 보였던 그녀는 아직 동이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긴 했지만 벗어나는 중이었고, 그래서 한층 여유있어 보였다.
한효주는 본인도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는 말로 '동이' 종영 소감을 전했다.

"촬영을 안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처음에 생각한 동이의 모습이 있었는데 중간에 바뀌어서 아쉽다. 하지만 한 여자로서 한 남자의 사랑을 받고, 영조를 길러낸 동이로 살았다는 것이 기쁘다.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여자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룬 것 같다."
10개월 동안 한 작품을 하면서 연기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많이 성숙한 듯 보인다. 드라마 초반 만났던 한효주와는 뭔가 깊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산들이 많았다.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어떻게 그 산들을 넘어왔는지 내 자신이 대견하다. 이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10개월 동안 힘든 순간들이 많았을 테지만,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인지라 자신이 생각한 연기가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힌다.
"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정말 힘들었다.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좀 더 생각하고, 연습하고 연기를 하고 싶은데 촬영 일정이 빡빡해서 그냥 찍어야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 내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나에게서 최상의 것들을 뽑아낼 수 없을 때 많이 힘들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만큼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넘쳐나는 한효주는 기회가 된다면 음반작업도 하고 싶어 책도 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이미 그녀는 단편 데뷔를 한 적도 있다는 깜짝 소식도 전했다.
"단편을 찍은 적 있다. 하지만 하면서 느낀 건 감독이라는 작업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였다. 배우는 자기 캐릭터만 생각하면 되는데 감독은 촬영부터 캐릭터, 음악 등 생각해야할 게 한두개가 아니더라. 제 욕심만 채우자고 섣불리 도전했다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확고한 주관이 없으면 힘든 직업이다. 자꾸 흔들리다보면 자신이 의도한 방향과 달리 가는 경우도 많고... 나 자신이 좀 우유부단해서 감독 데뷔는 좀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웃음)."
앞으로 자신의 모습이 더 기대된다고 밝힌 한효주, 하고 싶은 역도 많다. 액션도 하고 싶고, 가슴 시린 멜로도 하고 싶고, 코미디도 하고 싶고... 하지만 변신에 대한 조급증은 없다고 의외의 대답도 들려준다. 대부분의 배우라면 변신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할 텐데, 한효주는 자신만의 시간을 천천히 즐기겠다는 주관을 밝힌다.
"액션도 하고 싶고, 가슴 시리고 열정적인 멜로를 통해 대리만족도 느끼고 싶다. 그리고 평소에 별로 웃을 일이 없어서 코미디도 하고 싶다. 하지만 급하게 변신할 생각은 없다. ‘찬한한 유산’의 김미숙 선생님은 30년 만에 첫 악역을 하셨다고 했는데, 진짜 잘 어울렸다. 굳이 확확 변해야 하나?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반영이 되는데, 굳이 맞지도 않은 옷을 타이트하게 입고 어색하게 할 이유가 있나? 밝은 캐릭터에도 다양한 밝음이 있다. 그래서 악역은 10, 20년 뒤 나와 어울리는 분위기와 캐릭터를 만났을 때 천천히 하고 싶다. 왜냐면 그전에 할 수 있는 역이 많다."
현명한 대답을 들려주는 그녀는 하지만 사극은 사양한다고 웃음짓는다.
"사극은 이제 안할 것 같다. 굳이 하게 된다면 50년 뒤쯤."
그간의 고생이 이 말을 통해 전해진다. 한효주는 당분간 감정의 요동을 겪어야하는 연애도 싫고, 그냥 조용히 규칙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고, 삶의 평화를 원한다고 작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다시 밝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설 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bonbon@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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