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부진을 씻는 피칭이었다.
일본인투수 카도쿠라 켄(37)이 '한국 챔피언' SK 와이번스의 자존심을 보여줬다. 카도쿠라는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벌어진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 2차전에서 선발등판해 7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카도쿠라의 호투를 발판 삼아 SK는 슝디 엘리펀츠를 5-2로 꺾고 1승1패로 체면치레했다. 카도쿠라는 승리투수가 되며 경기 MVP까지 차지했다.
올해 30경기에서 14승7패 평균자책점 3.22로 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3위에 오르며 외국인 투수 가운데 최상급 활약을 펼친 카도쿠라는 그러나 시즌 막판부터 구위가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선발등판했지만 2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1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조기강판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카도쿠라는 시즌 초중반 승승장구할 때 위력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1회부터 쟝정웨이-천지앙허-천관런으로 이어지는 1~3번 타순을 땅볼 2개와 삼진 1개로 간단하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2회 조우쓰지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왕성웨이에게 도루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수비 실책까지 겹쳐 2사 3루가 됐지만 황쓰하오를 바깥쪽 꽉차는 147km 직구로 스탠딩 삼진 잡아내며 위기를 깔끔하게 넘겼다.
3회도 삼자범퇴로 처리한 카도쿠라는 4회 첫 타자 천지앙허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을 땅볼-삼진-뜬공으로 차례로 요리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5회에도 삼진 2개 포함 3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6회 선두타자 쟝즈하오에게 2루타를 맞고 천지앙허에게 기습번트로 출루를 허용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상대 희생번트 때 나온 긴밀한 수비로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은 뒤 정확한 타이밍에 1루 견제사까지 잡아내 실점없이 이닝을 넘겼다.
그러나 최대 고비는 7회 찾아왔다. 선두타자 조우쓰지를 내야안타로 내보낸 뒤 왕셩웨이에게 안타를 허용한 카도쿠라는 천즈홍에게 이날 경기 처음으로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를 초래했다. 하지만 쟝즈하오를 상대로 131km 포크볼을 던져 2루 땅볼로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8회 '큰' 이승호(37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카도쿠라는 총 96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스트라이크가 67개가 될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스트라이크 비율 69.8%. 스트라이크 비율이 불과 42.6%(20/47)밖에 되지 않았던 한국시리즈 3차전보다는 확실히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 좌우 코너를 찌르는 안정된 제구와 더불어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 떨어지는 포크볼로 슝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페넌트레이스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부진으로 작은 아쉬움을 남겼던 카도쿠라. 대만과의 클럽 챔피언십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waw@osen.co.kr
<사진>타이중=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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