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패. 본전치기였다.
SK는 지난 4~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에서 슝디 엘리펀츠를 상대로 1승1패를 거두는데 그쳤다. 1차전에서 9회 끝내기 역전패 충격을 딛고 2차전에서 5-2로 승리를 거뒀지만 속 시원한 경기는 아니었다. 대표선수 4인방이 부진을 면치 못했고 타선도 시원하게 터지지 못했다. 2경기 내내 답답한 경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운드에서는 전병두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차전에서 선발 게리 글로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한 전병두는 18타자를 상대로 5⅔이닝 동안 볼넷 2개만 내줬을뿐 탈삼진 5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슝디 타선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켰다.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노히트노런 피칭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모두 나와 4⅓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막고 2승을 거둔 상승세를 이어갔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밖에 그쳤지만 좌우를 찌르는 코너워크가 잘 됐으며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낮게 깔리며 슝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슝디 천루이전 감독도 전병두에 대해 "변화구가 날카롭고, 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결정구로 쓰인 120km대 슬라이더가 아주 위력적이었다. 전병두로서는 시즌 막판부터 얻은 자신감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타선에서는 베테랑 이호준이 돋보였다. 1차전에서 3회 슝디 선발 올란도 로만의 바깥쪽 144km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작렬시킨 이호준은 4번타자잡게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2차전에서 5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이호준은 6회 땅볼로 쐐기 타점을 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2경기 연속 멀히티트는 양 팀을 통틀어 이호준이 유일했다.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 타율 5할7푼1리 1홈런 2타점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게다가 2차전에서 4회 무사 1루에서 천관런의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다이빙캐치로 걷어내며 수비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13타수 2안타 타율 1할5푼4리 1홈런 2타점으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한 이호준은 그러나 클럽 챔피언십을 통해 우타 거포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2차전 MVP를 차지한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이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을 딛고 7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것도 SK에게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이날 카도쿠라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7km까지 찍혔고 완벽한 코너워크로 시즌 초중반 잘 나갈 때 위력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기가 막히게 떨어졌다.
내년이면 우리나이 39살의 베테랑이 되는 카도쿠라는 시즌 막판 부진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인상 깊은 피칭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확신을 구단에 심어줬다. 김성근 감독도 "카도쿠라가 너무 좋아 될 수 있으면 9회까지 가고 싶었다"며 그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나타냈다. SK로서는 내년 시즌 외국인선수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는 순간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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