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한국인삼공사와 원주 동부의 경기는 이정현(23)이 왜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지 다시금 알려주는 경기였다.
인삼공사는 지난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2011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1라운드 동부와 경기서 29득점을 퍼부은 슈터 이정현과 데이비드 사이먼(22득점 11리바운드)의 수훈 덕택에 78-64로 승리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2승 7패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날 이정현은 데뷔 이후 최다 득점인 29점을 폭발하며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또 동부가 추격하는 시점마다 절묘한 3점슛 4개를 터트리며, 동부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이정현은 현재 평균 득점 16.9점으로 개인 득점 순위 12위를 달리고 있다. 단순하게 순위만을 확인했을 때에는 조금 잘하는 선수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그 정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이정현보다 평균 득점을 많이 올린 선수 중 순수 국내 선수는 김효범(SK) 한 명 밖에 없다. 10위까지 평균 득점 순위에는 애론 헤인즈(삼성)과 테렌스 레더(SK) 같은 외국인 선수나 문태종(전자랜드)과 문태영(LG) 같은 혼혈귀화 선수만이 존재한다.
이는 결국 이정현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다. 특히 인삼공사의 경우 득점 루트가 이정현과 데이비드 사이먼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대 팀들은 이정현을 집중적으로 견제하지만 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이정현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게 전술을 짜주고, 동료들이 희생해줘서 가능한 플레이다"며 "동료들 모두가 슈팅 능력이 있어서 나한테 수비가 몰릴 경우 공을 계속 빼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비가 분산되서 나한테 기회가 계속 오는 것 같다"며 모든 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경기를 보고 있자면 이정현의 플레이는 그가 밝힌 것처럼 동료들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인삼공사의 전술이 이정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맞다. 이에 상대 팀들도 이정현을 집중 마크하며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그렇지만 이정현은 꾸준하게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운이 좋다고 치부할 수준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정현도 문제는 있다. 바로 기복 있는 플레이.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이정현의 기복있는 플레이를 지적했다. 그러한 지적은 동부와 경기 후에도 나왔다.
이상범 감독은 "이정현은 기복이 있는 선수다. 다음 동부전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현이에게 자기 자신을 믿고 경기를 뛰어라 주문하는 것 뿐이다"며 "신인으로서 한계는 있다. 지켜볼 뿐이다"고 말했다.
분명 이정현은 기복 있는 플레이를 한다. 3일 서울 삼성과 경기서 이정현은 26분을 뛰었음에도 단 3점에 그쳤다. 이에 이정현은 "자신감이 없었다. 단지 피하는 플레이만 했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조금씩 이정현의 모습은 나아지고 있다. 그는 단지 '루키'다. 그에게 루키에 걸맞지 않은 노련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그렇지만 패기가 있다. 그 패기를 잘 다스린다면 인삼공사의 시즌 세 번째 승리는 곧 다가올 것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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