슝디 외국인 4인방, 한국 무대 밟을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11.06 11: 08

"다 고만고만 하다".
한국 챔프 SK 와이번스와 1승 1패로 팽팽한 경기를 펼쳤던 슝디 엘리펀츠. 비록 클럽 대항전이었지만 김성근 SK 감독으로부터 "대만 야구가 달라졌다"는 인정까지 받았다. 그 원동력은 카를로스 카스티요(35), 올랜도 로만(32), 짐 매그레인(32) 3명의 선발과 마무리 좌완 라이언 쿨렌(30) 4명의 외국인 투수였다.
슝디는 4~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한국-대만 클럽 챔피언십'에서 이들 4명의 투수만으로 SK 타선을 상대했다. 정작 자국 투수는 단 한 명도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로만과 카스티요, 2차전에서는 매그레인과 쿨렌이 순서대로 나왔다.

이들 슝디 4인방은 모두 SK 타선을 상대로 호투했다. 리그 다승 2위(12승 7패)에 탈삼진은 1위(142개)를 기록한 로만은 SK 타선을 맞아 7이닝 동안 이호준에게 맞은 솔로홈런 1개 포함 6피안타 2볼넷 1사구 2폭투 8탈삼진으로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어 나온 카스티요는 2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카스티요는 다승(14승5패)과 평균자책점(2.17) 타이틀을 따낸 슝디의 에이스.
대만시리즈 2승을 기록한 매그레인은 6⅔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으로 4실점(2자책)했고 쿨렌은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으로 1실점(비자책)했다. 매그레인은 11승(다승 공동 3위)에 평균자책점 2위(2.25), 탈삼진 3위(117개)에 올랐다. 쿨렌은 34세이브(8승 3패, 평균자책점 1.95)를 작성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훌륭했다. 따라서 이들 슝디 4인방의 한국행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 2006년 아시아시리즈에서 맹활약 후 SK에 입단한 케니 레이번의 예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명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SK에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1차전을 마친 후 로만과 카스티요에 대해 "동영상에서처럼 예상대로 변화구 투수들이었다. 수비 움직임은 나름 유연한 것 같긴 하지만 둘 모두 살이 찐 스타일"이다. 또 "SK 타자들의 타격이 별로였고 내가 실수를 많이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기록과는 달리 내용면에서 별로였다는 표정이었다.
2차전 역시 마찬가지. SK 한 관계자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2차전에 나온 투수들도 그다지 썩 괜찮다고 평가할 수가 없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전준호 코치를 비롯한 SK 전력분석팀은 대만시리즈 동영상을 본 후 "매그레인은 한국에서 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컨트롤이 상당히 안정돼 있는 것 같다. 사실상의 슝디 에이스"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SK 관계자는 매그레인과 연락처를 주고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 본 매그레인은 한계 투구수가 뚜렷했고 컨트롤이 뒷받침 될 만큼 위력적인 구위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슝디 4인방이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전력분석의 힘이었다. 대만프로야구연맹(CPBL)은 SK에 대한 데이터를 다양하게 수집, 슝디에게 건넸다. 김 감독이 "주자가 나간 후 조동화가 들어서니 곧바로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펼쳤다. 한국시리즈 뿐 아니라 페넌트레이스까지 봤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CPBL은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한국에 전력분석원을 파견, 한국시리즈를 파고 들었다. 그 결과 수비 시프트까지 제법 많은 성공을 거뒀다. 잘맞은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만큼 투수가 분석이 좋았다는 뜻이었다.
또 SK 타선의 상대적인 부진도 한 몫을 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합류한 박경완을 비롯해 정근우, 최정 3명의 야수들은 이틀 연속 침묵을 지켰다. 그외 타자들도 그동안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듯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마지막으로는 비교 우위였다. 카도쿠라와 글로버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다. 글로버는 아직 작년 수준은 아니지만 직구 구위가 상당히 회복됐다. 카도쿠라 역시 직구와 위력적인 포크볼을 지녀 슝디 4인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SK 투수들 역시 대만타자들과 붙어본 후 "크게 인상적이라는 느낌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슝디 4인방이 거둔 리그 성적이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일은 모르는 법. 슝디 4인방이 내년 한국 땅을 밟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letmeout@osen.co.kr
 
<사진>매그레인-쿨렌-로만-카스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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