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미의 박지성, 위기의 맨유를 구하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0.11.07 08: 44

모두가 체념하는 순간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물론 그라운드의 선수들, 그리고 올드 트래퍼드의 모든 팬들이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에 골이 터졌다. 모두가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흥분해서 얼굴이 붉어졌고, 맨유 선수들은 골의 주인공에게 달려갔고, 팬들은 그 선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그 주인공은 떠오르는 패기로 넘치는 신예 치차리토도, 오베르탕도 아니었다. "이번 시즌 부진하고 있다"며 스스로 각성을 원하던, 어느덧 중견 선수가 되버린 박지성(29)이었다.

맨유는 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올드 트래퍼드서 열린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울버햄튼과 경기서 박지성이 2골을 넣는 활약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박지성은 2골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공격 라인에서 주전 선수들이 없는 상태서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며 끊임없이 울버햄튼의 골문을 노렸다. '두 개의 심장' 혹은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는 활약이었다.
박지성의 이런 활약에 영국 스포츠 전문 언론인 '스카이스포츠'는 경기장 어느 곳에서나 있었다"고 평가하며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박지성의 활약은 돋보였다. 끊임없는 돌파와 수비 가담은 맨유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울버햄튼도 박지성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했다. 이날 박지성의 활약은 첫 골로도 충분했다.
홈에서 그것도 하위권 팀인 울버햄튼에 0-0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맨유로서는 치욕이었다. 울버햄튼의 득점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골을 지켜야했고, 추가골을 넣어야 했다. 그러나 맨유는 동점골을 허용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런 상황에서 패기와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맨유의 젊은 공격진들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모두가 원하는 득점이 터지지 않은 것. 해결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주심은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가 체념할 수 밖에 없는 후반 48분,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친 후 골대를 향해 슈팅을 꽂아 넣었다.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팀을 상위권으로 이끄는 천금 같은 결승골이었다. 노련미의 박지성이 맨유를 구해내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퍼거슨 감독도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박지성의 이날 결승골은 단순히 승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맨유는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 1위 첼시와 승점 차를 2점으로 유지했다. 첼시가 1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울버햄튼전 승리로 첼시를 압박할 수 있게 된 것.
결국 이날 승리로 맨유는 첼시를 제치고 리그 1위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었다. 만약 이번 경기서 무승부를 그쳤다면 맨유로서는 치명타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맨유를 위기에서 구해 낸 박지성의 존재가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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