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김태균의 다사다난 일본 첫 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08 07: 09

"지금까지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우승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진정으로 기뻐했다. 지바 롯데 김태균(28)이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일본프로야구 진출 첫 해를 마감했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타자로는 이종범-이승엽-이병규에 이어 역대 4번째로 일본에 진출한 김태균은 첫 해부터 우승이라는 영광을 누리며 길고 길었던 시즌을 해피엔딩으로 마쳤다. 역대 일본 진출 선수 중 최고 몸값을 받고 이적한 김태균은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균의 2010년을 되돌아본다.
▲ 험난한 출발

12차례 시범경기에서 38타수 13안타 타율 3할4푼2리 2홈런으로 맹활약한 김태균에 대한 기대는 한껏 치솟아있었다. 3월20일 세이부와의 개막전에서 4번타자로 선발출장한 김태균은 그러나 와쿠이 히데아키에게 4연속 삼진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다음 경기에서도 호아시 가즈유키에게 첫 2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며 일본프로야구 사상 첫 개막 6연타석 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좋지 않은 쪽으로 요란하게 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시즌 3번째 경기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며 한숨 돌렸다. 11타석 만에 나온 귀중한 안타였다.
▲ 순조로운 적응
초반 부진으로 기대의 시선은 걱정과 의혹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선을 바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월27일 니혼햄과 홈경기에서 9회말 동점 2타점을 포함해 3타점을 터뜨리더니 이튿날에는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키며 지바 홈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태균은 "라커룸에 들어오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제야 웃을 수 있다"며 심적부담이 얼마나 컸는지 토로했다. 이어 4월2일~3일에는 오릭스를 상대로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장타에 대한 갈증도 씻어냈다. 순조롭게 일본야구에 적응해 나갔다.
▲ 홈런포 폭발
2호 홈런 이후 3호 홈런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27일이었다. 안타는 꾸준히 생산했지만, 시원한 홈런 한 방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5월1일 소프트뱅크전에서 4~5호 연타석 홈런을 날리더니 5월3일 니혼햄전에서도 6~7호 연타석 홈런 아치를 그려냈다. 5월16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전에서는 이승엽이 보는 앞에서 11~12호 홈런을 작렬시키며 한·일 통산 200홈런까지 달성했다. 5월에만 홈런 9개를 몰아치며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1위로 떠올랐다. 타율도 3할을 상회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김치태균버거'가 큰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 깊은 슬럼프
그러나 6월부터 김태균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의 투·포수들의 집중 제에 허벅지 부상이 겹치며 잘나가던 페이스에 제동이 걸렸다. 삼진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퍼시픽리그 팬투표에서 최다득표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얼마 후에는 결혼 소식까지 더해졌다. 끊임없이 화제를 일으켰으나 체력적인 부침을 보이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홈런과 타점에서도 1위권에서 밀려났다. 타순도 4번에서 6번 그리고 7번까지 강등됐다. 하지만 9월29일 오릭스전에서 귀중한 결승타로 팀을 클라이막스 시리즈로 이끌었다.
▲ 드라마 조연
타율 2할6푼8리(24위) 21홈런(7위) 92타점(6위). 첫 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이었지만 시즌 초반 페이스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지바 롯데 드라마'의 조연으로 감초 역할을 했다. 클라이막스 시리즈부터 일본시리즈까지 15경기에서 58타수 18안타 타율 3할1푼 6타점을 올렸다. 일본시리즈 7경기에서는 29타수 10안타로 타율이 3할4푼5리였다. 5차전에서는 4안타를 몰아쳤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일본에서 우승의 한을 풀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친 18개 안타가 모두 단타였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 내년 시즌에는 4번타자로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프로 데뷔 첫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은 분명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자산이다. 올해 딱 3경기만 결장하고 포스트시즌 포함 무려 156경기 대장정을 모두 다 소화한 것도 값진 경험이다. 김태균은 "그동안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아 괴로웠지만, 우승으로 괴로운 기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마음고생을 우승으로 다 털어낸 것이다. 내년 시즌을 향한 김태균의 힘찬 발걸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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