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 캐스터' 정소림, "e스포츠 재미 전해드리고 싶어요"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0.11.08 11: 44

무대에서 그를 지켜보면 언제나 즐거움이 넘치고 있었다. 만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한 길만 걸어가고 있는 정소림 캐스터. 여자들을 찾기 힘든 e스포츠의 세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언제나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프로리그가 개막한 지 한 달 남짓한 11월 초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e스포츠의 홍일점인 정소림 캐스터를 만나 유쾌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그가 게임방송과 접하기에는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보통 어여쁜 처녀가 마이크를 잡고 인기를 구가하는 상상을 정소림캐스터는 시작부터 깨뜨려버렸다. 시작부터 아줌마인 상태로 마이크를 잡았다.

"아나운서가 꿈이었죠. 아마 2000년 7월에 데뷔했을 거에요. 정일훈 선배가 온게임넷으로 옮기시면서 우연찮게 인천방송(ITV)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어요. 사실 게임방송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웃음). 우연찮게 접한 스타크래프트는 충격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게임하고, 점심 때 빵먹고 게임하고 정말 미친듯이 게임을 했으니깐요. 그런데 방송 경험도 약간 있는 상태에서 게임을 좋아하고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결혼한 저를 캐스팅 해주셨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시작한 방송이 소위 '대박'이 났다. 방송 후 게이머들과 팬들의 반응도 '재미있다' '게임을 알고 있다'며 열렬하게 환호하기 시작했다. 대학 방송국 선배로 만난 남편과 그의 엄마도 적극적으로 정소림 캐스터를 후원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열한 살 짜리 아들도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남편하고 엄마가 많이 도와줘셨죠. 확실히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는 구조는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아들이 든든한 후원자예요. 제가 항상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나랑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방송을 하는 엄마는 너무 활기차다'며 응원을 해주죠. 때로는 시간이 나면 같이 게임을 즐겨요. 지치고 힘들 때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응원이 저를 신바람나게 한답니다".
스포츠 중계 방송을 보면 여자 캐스터들이 극히 적음을 알 수 있다. 스포츠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여자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가 소수 인 것은 바로 목소리 때문.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상황을 분명하게 전해야 하는 중계의 특성상 고음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목소리가 얇아지는 여성은 분명 스포츠 캐스터로써는 어느 정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11년차인 지금도 아쉬운 점이 있어요;.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죠. 중계를 하다보면 목소리가 높아져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여자들은 목소리가 올라가면 얇아져요. 여성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할 수 있죠. 박진감 있게 열심히 하는데도 남자들의 힘있는 부분에서는 모자라다. 그래서 더욱 부드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하는데 그 점은 아직까지 숙제라고 할 수 있어요. 전 좀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어드리고 싶고, 그안의 재미를 전해드리고 싶거든요".
겸손한 말과는 달리 많은 e스포츠팬들 사이에서 정소림 캐스터는 완전 소중한 소위 '완소' 캐스터다. 그의 중계가 끝나고 나면 홈페이지에서 정소림 캐스터를 응원하는 글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정소림캐스터는 '조건'이 좋지 않다면 손사래를 흔든다. 아줌마 캐스터를 아껴주시는 팬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감사함을 전달하기도.
"방송을 앞두고 음악이 울리면 가슴이 쿵쿵거려요. 온 몸이 짜릿짜릿해지면서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방송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뿐이에요. 언젠가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글을 보고 펑펑 울은 적이 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이 저가 이 자리에 서 있을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정 캐스터는 "올해 e스포츠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특히 승부조작 파문 같은 경우는 저도 너무 힘들었요. 저도 힘들었는데 마음으로 성원해주시던 팬들이 느끼시는 배신감은 더 컸을 겁니다. 그 중 제가 중계한 경기도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너무 울었죠. 그래도 손을 놓지 않고 지켜봐주시는 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린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팬이 없으면 e스포츠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고맙습니다"라며 e스포츠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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