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에서 유독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이 있다. 바로 검사로 출연하는 주양과 그의 공수사관으로 출연하는 정만식이 만들어가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대국민을 상대로 작전을 짜고 있는 경찰 황정민에 맞서서 환상의 팀워크를 이뤄 황정민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손발이 맞지 않는 조합으로 건건이 황정민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정만식은 2008년 개봉한 영화 ‘똥파리’에서 주인공 상훈의 보스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후 많은 감독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으며 이후 영화 ‘파주’ ‘부당거래’ ‘심야의 FM’ '황해' ‘모비딕’ 등의 작품에 줄줄이 캐스팅되며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말 저한테는 올 초부터 경사인 것 같아요. 이제 마음 같아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계속 계셨으면 집안이 더 재미있고 힘이 났을 텐데. 그런 점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 뭐좀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반, 미움 반 그렇습니다. 이제 혼자 남으신 어머니한테 해드려야죠.”

정만식은 올해 7월 4일 영화 ‘부당거래’의 막바지 촬영에 한창일 때 오랜 시간 동안 투병생활을 해온 아버지를 여의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공수사관은 양아치 검사 주양 밑에서도 그를 향한 적대적인 마음은 전혀 하나도 없이 충성스럽게 그가 내린 지시를 서툴지만 이행하려고 한다. 어떤 호통과 구박에도 불구하고 늘 해맑게 웃어 보이는 인물.

“류승완 감독님이 공수사관은 몸에 베인 하인 근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하셨어요. 누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재가 떨어지든 말든 뭐 상관안할 수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재떨이를 찾아서 갖다가 받치면서 하는 그런 행동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베인 하인근성을 공수사관에 대입시켰습니다. 나보다 위에 있는 검사인 류승범을 향해서도 지나치게 오버된 하인근성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조직의 직원으로, 검사의 부하 직원으로 자연스럽게 자기 몸에 쌓여온 것들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극중에서 정만식과 류승범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검찰신을 완성해 나갔다. 정만식은 류승범에 대해 워낙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좋고 힘이 있는 친구라고 호평했다.
“류승범은 쿨하고 시원하고 남자다워요. 거침없고 자기 일에 대해서 굉장히 프로페셔널하죠. 예의 바르고 좋은 배우입니다. 또 자기 생활에 철저한 배우이기도 해요. 지방에 내려가서도 밤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한 여름에 뛰어다니면서 몸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워낙에 이 친구가 갖고 가는 에너지도 좋고 끌어가는 힘이 좋다보니까 함께 연기를 할 때 ‘엇박자’의 리듬만 맞추려고 했었어요.”
극중에서 정만식이 목에 기브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사인 검사 주양이 자꾸 인사를 하자 더욱 자신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상황에서 목이 아프니 인사만 받을 수도 없고, 인사를 하는 검사 앞에서 뻣뻣하게 서 있을 수도 없어서 연신 함께 서로 고개를 숙여 폭소를 자아냈다.
“검사가 고개를 숙였는데 그래서 저도 숙여야 하는데 목이 아픈 상황이에요. 그 신은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장면이에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많이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상황만 가지고 들어가면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 속에서 더 리얼한 게 나오니까요. 그런 것들이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고 생각해요.”
“많이 설정하고 준비해봤자 작위적인 게 티가 다 나요. 상황 안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정서라든지 감정, 사람과의 관계 그 정도만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그러다보면 더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요.”
검사 류승범이 장인어른을 만나는 파티 장면도 인상적이다. 파티장 밖에서 공수사관이 류승범을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훤칠한 미모의 외국인들을 향해 신기한 듯 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혼자 좋아하는 장면도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사실 처음에는 밖에서 혼자 뻘쭘하게 서 있는 장면이었어요. 근데 이 남자가 다소 주책없는 인물로 외국인을 보면 ‘와 이쁘다’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촬영에 들어가서 해도 될까 하다가 해봤어요. ‘하이’라고 말하며 혼자 좋아하고 두 번째는 ‘웰컴’이라고 하며 좋아했죠. 첫 번째 것이 오케이가 났습니다.”

모니터 요원들이 뽑은 좋은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류승범이 드디어는 잡혀 들어가는 상황에서 검찰청에 기자들이 오고 난리가 났는데 저 뒤에 서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공수사관의 모습도 좋아하셨어요. 시사요원들이 배신 안하고 검사가 잡혀 들어 갈 때 검찰청 앞에 묵묵히 서 있는 안타깝게 주양을 지켜보는 공수사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근데 공수사관은 ‘난 의리를 지켜야해’라는 결연한 의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말 직장 상사의 안타까운 일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것인 것 같아요. 어쩌면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 난 어떻게 되나’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죠.(웃음)”
다소 무거운 소재일 수 있는 영화 ‘부당거래’가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도 1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민들이 실생활에서는 배추값만 떨어져도 ‘중국에서 배추 사들이고 무슨 짓이야’라고 말을 하는데 모든 부분들이 정치 경제적인 부분들이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들도 많아서 그런 정치적 이야기를 남자 관객들도 좋아하고 여성 관객들은 그런 주변 남자들의 삶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부분에서 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정만식은 “연초의 목표와 마찬가지로 ‘심야의 FM’ 때의 느낌과 ‘부당거래’의 연기가 달랐듯이 작은 미세한 호흡들이 다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여러 가지를 먹고 싶다. 탈이 안 나는 한도 내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crystal@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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