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가 바뀔 수도 있는 만큼 중심타자 트리오의 남은 이틀이 더욱 중요하다. 1982년생 동갑내기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김태균(지바 롯데 마린스)-이대호(롯데 자이언츠) 클린업 트리오가 어떤 모습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포문을 열 지 주목된다.
지난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서 함께 우승을 합작했던 트리오는 10년이 지난 현재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타자들로 우뚝섰다. 추신수는 올 시즌 3할 22홈런 90타점 22도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3할-20홈런-20도루의 기록을 세웠다. 병역 문제만을 해결하지 못했을 뿐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전도유망한 호타준족임에 틀림없다.

김태균은 올 시즌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시즌 초 맹위를 떨쳤으나 득점권 타격 성적에서 아쉬움을 비추며 하위타선으로 강등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김태균의 일본 첫 시즌 성적은 2할6푼8리 21홈런 92타점. 적응기를 거친 타자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3할6푼4리 44홈런 133타점을 기록하는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7부문 수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당연히 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그에게 돌아갔다. 약점으로 꼽혔던 몸쪽 대처에 있어서도 확실히 눈을 떴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대체적인 평가.
주루 능력까지 갖춘 추신수가 3번 타순에 서고 김태균-이대호가 뒤를 이어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한 것이 지난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었다. 세 선수 모두 기량 절정기의 문을 열었던 때인 만큼 당시 김인식 감독은 '추태호 클린업'을 본격화하며 큰 대회를 치렀고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김태균은 불과 4일 전까지만해도 주니치와의 일본시리즈를 치르는 등 연일 강행군을 이어갔다. 실전 감각을 꾸준히 이어갔다는 장점도 있으나 그에 반해 100%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가 변수다. 여기에 부산에서의 연습경기를 통해 차차 타격감이 올라가는 추세를 보인 이대호가 4번 타순에서 타선의 심장부 노릇을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조범현 감독은 추태호 트리오의 상세 기용법에 대해 "누가 4번 타자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김태균의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라며 "세 타자가 중심이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대호의 최근 페이스가 상승 중이다"라는 말로 추-태-호 트리오가 아닌 추-대-균 트리오 구축 가능성도 높였다.
따라서 13일 대만전을 이틀 앞둔 시점임을 감안하면 아직 4번 기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김태균의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할 남은 시간이 더욱 절실하다. 입국일인 10일 훈련이 무산되면서 조 감독이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던 데에는 수비진을 돌아볼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타선의 열쇠를 쥔 김태균의 몸 상태를 확실히 점검하지 못한 이유도 컸다.
금메달 획득을 향한 전력 극대화에 달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클린업 트리오. 김태균, 이대호 둘 다 4번 타순에 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타자들이지만 압도적인 전력으로 금메달을 노리는 조범현 호인만큼 '추태호 클린업'이 될 것인지 '추대균 트리오'가 될 지 여부가 더욱 궁금하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