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오리온스, 어쩌다 이 지경까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12 08: 39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구 오리온스 김승현(32)이 결국 임의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KBL은 지난 11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김승현에게 임의탈퇴 공시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김승현은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등록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코트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 돈과 명예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KBL은 '김승현의 선수생명 장래를 생각하여 민사소송을 취하할 것을 간곡히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혜성처럼 등장해 프로농구판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승현의 농구 인생에 있어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지난 2006년 맺은 이면계약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FA 자격을 얻은 김승현은 원 소속구단 오리온스와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KBL의 자정선언과 함께 김승현과 오리온스 구단 사이에 보수 지급과 관련해 갈등이 커지면서 사태가 커졌다. 지난해 이미 파문을 일으켰고, 올해 김승현이 구단에 민사 소송을 제기해 일이 더욱 커졌다.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김승현은 지난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받았다. 동국대 출신 김승현은 당시만 하더라도 무명에 가까웠지만 입단과 함께 리그 전체를 지배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코트를 휘젓는 빠른 스피드와 초감각적인 패스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커스 힉스와 펼친 콤비네이션은 프로농구 사상 최고로 평가됐다.
창단 후 언제나 고질적인 포인트가드난에 시달렸던 오리온스도 '천재 포인트가드' 김승현의 입단과 함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가 사상 첫 전시즌 최하위에서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우승이었다. 김승현도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하는 괴력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그야말로 최고의 만남이었다.
포인트가드가 부족한 오리온스에서 김승현은 충분한 출장 시간을 보장받으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오리온스도 고질적인 포인트가드난을 해결하며 재미있는 농구로 전국적 인기를 모았다. 오리온스는 김승현 입단과 함께 6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강팀 반열에도 올랐다. 이만큼 좋은 인연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FA 이면 계약 체결 후 틀어졌다. 김승현은 때마침 찾아온 허리 부상으로 전성기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오리온스의 성적도 김승현이 입단하기 전처럼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KBL이 자정 선언을 하면서 오리온스 구단은 이면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었고 김승현은 반발했다. 1년 넘게 끌고 있는 이 문제는 결국 민사소송으로까지 비화됐다. 김승현도 한창 뛰어야 할 나이에 코트 밖에서 상처입었고 오리온스도 포인트가드난으로 수 년째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김승현은 여전히 기량 자체로만 보면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모습이다. 선수 자격을 회복하더라도 오리온스로만 복귀가 가능하다.
 
김승현의 마음은 이미 오리온스를 떠난 지 오래지만 양 측의 갈등이 치유되지 않는 한 코트에 돌아오기는 어렵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승현도 내년이면 우리나이 서른넷. 애꿎은 시간만 가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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