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유독 진한 여운이 남는 배우들이 있기 마련이다. 출연분량과는 상관없이 대사 한 마디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캐릭터의 매력을 보다 극대화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배역을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혀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꾼들.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씬 스틸러’라 부른다. 한국 영화계에 귀중한 보석 같은 ‘씬 스틸러’들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씬 스틸러’로는 최근 극장가에 ‘방가 열풍’을 몰고 왔던 영화 ‘방가?방가!’를 통해 연기 대변신을 한 배우 김정태를 꼽을 수 있다. 영화 ‘친구’, ‘똥개’ 등에서 선 굵은 남성적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김정태는 이번 영화를 통해 애드리브의 신으로 등극하며 코믹 배우로서의 확실한 변신을 꾀했다.

주인공 방태식(김인권)을 취업시키고자 서울로 상경해 도와주는 노래방 주인 용철 역할을 맡은 그는 영화 속 못 말리는 바람둥이이자 천부적인 사기꾼으로 나와 자신만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김정태의 연기 덕분에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완성됐다.
특히 노래방의 ‘찬찬찬 강의’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정태의 의도대로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나리오에는 없던 독특한 연기를 펼쳤다. 노래 가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 웃음을 줬다. 이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을 정도로 사랑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 장르와 캐릭터에 맞게 완벽 변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김정태라는 배우의 이전 작품을 본 사람들은 ‘방가?방가!'에서의 연기 변신에 꽤나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태는 다양한 영화를 통해 주로 건달 역할이나 다소 쎈 역을 맡아 남성적인 면이 부각됐던 배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코믹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던 경험은 있지만 이번처럼 감정이입이 잘됐던 건 처음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 김정태는 “건달 연기 10년을 하면서 쌓였던 코믹 에너지를 이번 영화로 발산시킬 수 있어 기분 좋다”면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송새벽은 ‘씬 스틸러’ 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그는 영화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데 이어 영화 '방자전'에서 독특한 성적 취향의 변학도를 연기해 모두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이와 함께 ‘해결사’에서는 오달수의 부하 형사인 종규로 분해 웃음 콤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극의 활력과 재미를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최신작 ‘부당거래’를 통해서도 이른바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그 결과, 각종 시상식 신인상을 휩쓸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제2의 송강호'라는 타이틀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해결사' 관계자가 송새벽에 대해 "'방자전' 리딩 때도 다른 배우들이 웃느라고 진행을 못했다는데 이번에도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며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는데도 엉뚱하고 코믹스러운 면모들이 잘 드러날 것"이라고 귀띔했던 것처럼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자연스러움이 바로 송새벽의 강점이자 매력 포인트다.
이런 덕분에 짧은 러닝타임 동안만 얼굴을 드러냈던 그이지만 관객들의 뇌리에는 그 어떤 배우보다 강렬하게 다가온다. 독특한 말투, 어리바리한 태도, 무표정함 등이 캐릭터와 잘 어우러져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개성파 연기자 류승범 역시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마력을 갖고 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 중인 ‘부당거래’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페스티발’로 새로운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인 그는 어떤 캐릭터든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특히 많은 화제 속에 상영됐던 ‘방자전’에서 그는 이전 작품들과 달라도 한참 다른 ‘비열한’ 이몽룡을 연기했다. 당초 류승범이 이몽룡 역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업계에서 큰 이슈였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나 그의 이몽룡은 특별했다.
황정민, 유해진과 함께 한 ‘부당거래’에서도 류승범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변호사에 대한 선입견을 확실히 깨부쉈다. 코믹하면서도 사악한 변호사를 연기, ‘역시 류승범’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이와 더불어 ‘페스티발’에서는 섹시 여고생 자혜(백진희)의 온몸 대시에도 끄떡없는 베일에 싸인 남성 상두로 변신했다. 상두는 자혜의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항상 자신만을 기다리는 인형 수정만을 생각하는 캐릭터다. 외모부터 사이즈, 비율, 촉감까지 예쁜 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수정에게 실제 연인처럼 옷도 사서 입히고 사진도 찍고 머리도 빗겨주는 등 온갖 애정을 쏟는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변태 캐릭터인 셈이지만 그가 연기한 상두는 관객들에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왠지 모르게 안쓰럽고 공감이 간다는 평들이 많다.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역할도 특유의 감성으로 포장하는 능력을 지닌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여러 출연 작품을 통해 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씬 스틸러’들. 뛰어난 연기력을 기본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을 덧입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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