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최고령 투수들의 '끝없는 도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1.13 09: 51

그들에게 포기란 없다. 그들의 앞에는 도전의 길만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나이는 숫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구공만 손에 있다면 무엇이든 두려울 게 없다. 한미일 최고령 투수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는 도전의식으로 그라운드를 향하고 있다. 한미일 최고령 좌완 3인방 구대성(41) 제이미 모이어(47) 구도 기미야스(47)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어떠한 악재 속에서도 마운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투혼과 끈기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 구대성
지난 9월 국내에서 성대한 은퇴경기를 갖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던 '대성불패' 구대성은 은퇴 후에도 대전구장에서 따로 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지금 새로 출범한 호주프로야구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에게 국내무대 은퇴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쉼표였다. 당장 성적에 목을 매야 하는 한국을 떠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호주프로야구에서 선구자 역할을 위해 몸을 내던졌다. 구대성은 "호주는 야구에 대한 지원이 별로 없다. 하지만 내가 조금이나마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구대성과 함께 나란히 한국프로야구 최고령 선수로 등록됐던 가득염은 최근 SK에서 은퇴한 뒤 롯데 재활코치로 변신했다. 호주로 건너간 구대성은 30번의 등번호를 달고 특유의 토네이도 투구폼으로 마운드를 호령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즐겁다. 나의 경험이 동료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대성이 속한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다. 글렌 데이비스 감독도 그보다 8살 아래이며 1991년생 아들뻘 되는 선수들도 3명이나 있다. 하지만 구대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6일 호주프로야구 출범 1호 세이브를 기록했다. 1-0 앞선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3번 좌타자 닉 킵튼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12일에도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에 이어 4-2로 앞선 9회초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고 시즌 두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 제이미 모이어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198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모이어가 있다. 1962년생으로 지천명이 머지 않은 나이지만 모이어는 지난 5월7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최고령 완봉승을 거두는 투혼을 발휘했다. 올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9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9승9패 평균자책점 4.84로 필라델피아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 왼쪽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후반기에는 마운드에도 오르지 못했다. 시즌 후 필라델피아는 모이어와의 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모이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도미니카로 향했다. 윈터리그에 참가해 자신의 건재를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모이어는 2이닝 만에 또 다시 팔꿈치를 다쳤다. 내년 시즌을 통째로 날리는 부상이 될 가능성이 크며 현역생활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모이어만은 아니다. 그는 지금도 현역생활 연장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즌 중 부상을 당했을 때 회복속도를 고려해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던 그는 지난 9일 MRI 검사를 받았다. 아직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내년이면 48세가 되는 모이어는 "어떤 수술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구도 기미야스
일본에는 구도가 있다. 1963년생으로 삼성 선동렬 감독과 동갑내기인 이 좌완 베테랑 투수는 한국프로야구가 태동된 1982년에 데뷔했다. 올해로 프로 29년차였던 구도는 그러나 10경기에서 승없이 2패 평균자책점 10.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16년 만에 세이부로 복귀했으나 개막 전부터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했다. 7월이 되어서야 1군에 승격된 구도는 그러나 부진을 면치 못했고 시즌 후에는 방출통보를 받았다. 프로 데뷔 30주년에 1년 남은 시점에서 현역생활의 최대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구도는 일본 내 타팀 이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미국·한국·대만·이탈리아 등 해외리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나에게 야구를 빼앗아가면 아무 것도 안 남는다. 아직 야구를 하고 싶고 더 알고 싶다.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또 어딘가를 찾아 간다"며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라고 해서 은퇴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팔꿈치 통증으로 은퇴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는 "팔 상태도 좋아졌고 조금 더 할 수 있는 감각을 찾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세이부 제2구장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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