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롯데에게 흐름이 넘어가면 힘들어진다. 베이스를 안 채워 줄 것이다".
SK 와이번스 카도쿠라 켄(37)이 13일 오후 2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일 챔피언십 시리즈'에 고국인 일본챔피언 지바 롯데 마린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다. 카도쿠라는 일본인 투수지만 현재 한국 프로팀 소속으로 자신이 뛰었던 도쿄돔에서 2년만에 마운드에 올라선다.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 뒤 한국야구를 택한 카도쿠라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4승 7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제 2의 전성기가 왔다는 말까지 들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0km중반대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위력까지 가미해 공의 위력은 더해졌다.

12일 오후 도쿄돔에서 최종 훈련을 한 SK 선수들 가운데 카도쿠라는 가장 바빴다. 선발 등판 전 기본적인 훈련과 몸풀기를 마친 그는 일본 매체들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그는 "기분이 고조되고 있다. 너무 흥분하지 않으려고 조절 중"이라며 " 2년 만에 일본에 다시 와서 공을 던질 수 있어서 기쁘다. 일본 팬들에게는 아직까지 카도쿠라가 공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더불어 내가 더욱 더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카도쿠라는 지바 롯데 타자들 중에서 이마에를 가장 경계했다. 롯데는 1번부터 9번까지 후속 타자들을 위해 연결하는 야구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그는 "큰 거보다 짧게 치는 타자들이 많다. 흐름이 넘어가면 힘들어진다. 베이스를 안 채워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일본 투수지만 한국을 대표해 일본전 선발 등판에 대해서는 그는 "일단 내일은 한국 야구도 이렇게 강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일본 챔피언, 한국 챔피언 차이가 없고 동등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카도쿠라는 정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신력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서 좋지 못했다. 대만 슝디와 1차전에서도 우리가 역전패를 당했다. 내게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 뒤 "정규 시즌보다 피로가 쌓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기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영광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카도쿠라는 "일본 타자들은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잘 친다. 특히 높은 공이 들어오면 홈런을 날린다"고 말한 뒤 "롯데 역시 쉬어갈 타자가 없다. 무조건 낮게 던질 생각이다. 데이터도 한번 더 살펴보고 비디오도 보면서 타자들 성향을 파악하겠다"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자신들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타자들의 파워는 한국이 한 수 위다. 그러나 전체적인 플레이에서 섬세함은 일본이 앞선다. 내일 경기를 통해서 우리 선수들은 수비에서 상대의 좋은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지바 롯데전 호투 후 일본 진출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 보다 2년만에 일본에 와서 던져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야구장에 올 것"이라며 스카우트들보다 내 지인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기보다 SK를 대표해서 경기에 임할 것"이라며 비장함을 나타냈다.
SK 김성근 감독은 "카도쿠라가 5회까지만 막아 준다면…"이라고 답해 그에게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agassi@osen.co.kr
<사진>도쿄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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