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야구도 어쩔 수 없었다.
한국챔프 SK 와이번스가 일본챔프 지바 롯데에게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영봉패했다. 9회까지 단 2안타의 빈공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그래도 선발보다 불펜에 방점을 두었고 나름대로 잘 막았지만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아 완패했다.
김성근 감독은 9명의 투수를 1이닝씩 던져 막겠다고 말할 만큼 벌떼 마운드를 예고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물고늘어지겠다는 것도 불펜을 풀가동시킬 의향이었다. 가도쿠라 겐을 선발로 내세우고 전병두 정우람 이승호 등을 차례로 대기시켰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좌완 불펜야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선발 가도쿠라가 문제였다. 1회부터 불안하더니 3회들어 2안타로 흔들리자 곧바로 전병두로 교체했다. 아마도 장소가 한국이었다면 전병두를 더욱 빨리 등판시켰을 것이다. 가도쿠라가 일본팬들 앞에서 던지고 있다는 점이 투수교체 타이밍이 늦었을 수 있다. 좌완 불펜투수들은 전병두의 솔로홈런을 제외하고 1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아울러 좌타자 4명을 1번부터 4번까지 전진 배치했다. 롯데 선발 가라카와 유키를 상대로 초반 공략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라카와를 초반 공략하지 못하면 롯데의 불펜투수들이 대기하기 때문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톱타자 박재상을 비롯해 패기를 갖춘 임훈, 야구인생 마지막 경기에 나선 김재현,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 박정권이 차레로 등장했다. 그러나 박재상이 1안타만 제외하고는 무력했다. 롯데 선발 가라카와, 야부타, 우치, 이토, 고바야시에 이어지는 철벽 계투진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SK 타자들은 롯데투수들의 제구력과 볼끝, 변화구 등 구위가 좋은데다 느낌이 전혀 다른 돔구장이라는 특수성까지 발목을 잡았다. 아무래도 아시안게임 대표 4명의 주전타자들이 빠진 공격력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4승을 포함해 일본에서 마지막 1승을 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6명의 주력선수를 출전시킨데다 에이스 김광현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물고 늘어지겠다고 필승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전력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내년에 설욕을 기약하게 됐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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