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꿴 대만이었다. 덕분에 한국은 손쉽게 기선을 제압, 압승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한국은 13일 광저우 아오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에서 대만을 6-1로 꺾고 부담스런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한국을 맞이한 대만 예즈시엔 감독은 의외의 선발 투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선발 물망에 이름이 거론됐던 양야오쉰(27, 소프트뱅크)이나 청홍원(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이 아니었다. 린이하오(19, 요미우리)라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발 예고였다. 한국 벤치를 교란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
린이하오는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우완 투수다. 올 시즌 1군에서는 단 2경기(평균자책점 12.60) 등판에 그친 유망주 투수다. 15세 때 요미우리 육성선수로 입단할 당시 149km를 찍어 '대만 괴물투수'로 알려졌고 메이저리그에서도 군침을 삼켰다. 지난 7월 정식선수로 등록된 린이하오는 최고 157km의 직구가 인상적이며 제구력을 좀더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국가대표간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 린이하오는 한국 톱타자 이종욱(두산)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정근우(SK)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후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3회 역시 추신수에게 홈런포를 맞았다. 선두타자 정근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폭투를 던져 무사 2루에 몰렸고 추신수에게 중간 담장 넘어가는 대형 홈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린이하오는 3회 4명의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2이닝 동안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속은 150km대에 육박했고 역회전볼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타자들이 까다롭게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이어 올라 온 투수는 이날 유력한 선발 중 한 명이었던 양야오쉰이었다. 양야오쉰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김현수, 최정, 박경완을 차례로 범타로 돌려세웠다.
양야오쉰은 3⅔이닝 동안 3피안타 5탈삼진 2실점하고 양지엔푸로 교체됐다. 하지만 5회까지 한국 타선을 1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묶어 위협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4-0으로 앞섰지만 추가점이 절실했던 대표팀으로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 있었다.
급기야 6회초 선발 류현진(한화)이 린즈셩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을 하면서 3점차로 좁아들어 심리적으로 쫓기는 입장이 됐다.
양야오쉰이 선발로 나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을 경우 한국과 대만의 경기는 어떤 양상으로 펼쳐졌을지 알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슬라이더가 위협적이었고 체인지업과 커브, 포크볼도 간간이 섞어 한국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아 냈다. 추신수의 연타석 투런포 2방이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가른 만큼 린이하오 선발 카드는 실패였다.
대만이 린이하오라는 첫 단추를 잘못 낀 덕분에 한국은 금메달을 향한 부담스런 첫 발을 손쉽게 내딛었다.
letmeout@osen.co.kr
<사진>광저우=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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