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가 차리는 밥상. 아주 푸짐했다.
'쌕쌕이' 정근우(28·SK)가 제대로 날았다. 정근우는 13일 아오티스타디움에서 열린 대만과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에서 2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으로 맹활약하며 6-1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이 올린 6득점 중 정근우가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톱타자 이종욱의 5타수 무안타 부진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다.
1회 첫 타석부터 정근우는 테이블세터 역할에 충실했다. 대만 선발 린이하오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를 공략해 깨끗한 중견수 앞 안타로 출루하면서 추신수 앞에 밥상을 차렸다. 추신수의 좌월 투런 홈런포로 한국은 가볍게 선취점을 올렸다. 상큼한 출발에는 정근우의 첫 안타가 있었다.

정근우는 3회 선두타자로 나와 5구만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추신수 타석 때 대만 배터리가 초구에 폭투를 범하자 잽싸게 2루까지 진루했다. 추신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정근우의 출루가 곧 추신수의 홈런으로 이어지는 득점루트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1사 후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대만 배터리를 압박한 정근우는 6회 2사 1·2루에서 대만 두 번째 투수 양야오쉰의 바깥쪽 낮은 공을 절묘하게 받아쳐 우중간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3회부터 6회 2사까지 안타 2개에 무득점으로 양야오쉰에게 묶인 데다 4-1로 쫓겼던 한국으로서는 정근우의 한 방이 아주 귀중했다.
베이스러닝도 돋보였다. 6회 적시타를 치고 나간 뒤 상대 수비가 3루를 노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추신수 타석에서 초구에 폭투가 나오자 정근우는 3루 주자 손시헌이 멈칫 하는 사이 3루로 돌진했다. 대만 내야수비가 우왕좌왕하자 3루 주자 손시헌이 홈으로 파고들었고, 정근우도 3루까지 진출하며 혼을 빼놓았다. 정근우의 과감함이 만든 추가점이었다.
정근우는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볼넷을 얻어내 이날 경기에서 100% 출루했다. 클린업 트리오 앞에서 밥상을 아주 푸짐하게 차렸다. 지난 4~5일 있었던 '대만 챔피언' 슝디와의 클럽 챔피언십 2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우려를 샀던 정근우였지만 아시안게임 첫 경기부터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며 실전용 선수임을 확인시켰다. 승리 길을 닦은 정근우가 있어 든든한 야구대표팀이다.
waw@osen.co.kr
<사진> 광저우=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