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치욕으로 기억돼 있는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대표선발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낳았다. 다름 아닌 두 명의 선수 때문이었다. 현역 메이저리거 추신수(28)와 골든글러브 유격수 손시헌(30)이 예상과 달리 탈락한 것이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치욕을 당하자 두 선수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4년의 시간이 흐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추신수와 손시헌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한이 서려있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4년 전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표팀 탈락의 쓴맛을 본 두 선수는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일찌감치 대표 선발 1순위로 거론됐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 손시헌은 군복무를 마친 첫 해부터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들의 발탁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지난 13일 대만과의 야구 B조 예선 1차전. 추신수와 손시헌은 4년 전 탈락의 한을 시원하게 씻어버렸다.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추신수는 선제 결승 투런 홈런에 이어 쐐기 투런 홈런까지 연속해 작렬시켰다. 두 방의 투런포는 경기의 흐름을 한국 쪽으로 가져오는 결정타였다. 4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손시헌도 4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리는 등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든든히 뒷받침했다.

추신수는 과연 메이저리거였다. 1회 1사 1루에서 대만 선발 린이하오의 2구째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투런포를 터뜨렸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확히 갖다 맞힌 것이 담장 밖 나무까지 훌쩍 넘어갔다. 3회 무사 2루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도 추신수는 린이하오의 가운데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날렸다. 사실상 승부를 가른 홈런 두 방이었다.
손시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6회 1사 1루에서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추가점에 디딤돌을 놓은 손시헌은 7회 2사 1루에서도 좌익선상 2루타를 터뜨리며 하위타순의 뇌관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수비에서도 안전하게 6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5회 린저쉬엔의 빠지는 타구를 걷어내 실점을 막았다. 호수비 직후 3루로 기습 송구한 것이나 6회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한 주루플레이에서도 센스와 노련미가 번뜩였다.
4년 전 아시안게임 탈락으로 두 선수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크게 성장했다. 추신수는 병역문제라는 마음의 짐을 안은 채 4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 힘든 과정에서도 메이저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했다. 손시헌은 아시안게임 탈락으로 2년간 상무에서 국방의무를 소화했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한층 더 자랐다.
어느덧 두 선수는 대표팀의 중견 선수로 없어서는 안 될 핵심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아시안게임의 아픔은 옛말일뿐 이제 금메달을 향한 진군만이 남아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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