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역시 달라도 달랐다.
'괴물' 류현진(23, 한화)은 과연 에이스였다. 류현진은 지난 13일 벌어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 대만전에서 선발로 나와 6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선발승을 거둔 류현진은 국제대회에서 통산 5승(1패)째를 거뒀다. 프로선수들이 참가한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A급 국제대회만 추리면 손민한과 함께 최다승이다.
류현진은 지난 9월2일 대전 삼성전을 끝으로 실전경기에서 공을 던지지 않았다. 대만전이 무려 72일만의 실전경기 등판. 몇 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린 류현진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으나, 특유의 서클체인지업과 안정된 위기관리능력을 바탕으로 대만 타선을 요리했다. 5회 선두타자 린즈셩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벌일 정도. 삼진은 적었지만 적절히 맞혀잡는 피칭을 펼쳤다.

이날 류현진은 6이닝을 소화했다. 당초 조범현 대표팀이 기대한 수치를 충족시켰다. 미리보는 결승전이라 불리는 첫 경기의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에이스다운 피칭으로 호투했다. 5~6회 거듭된 위기 속에서도 류현진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실점을 최소화하는 피칭으로 코칭스태프를 안심시켰다. 기어이 6이닝을 채우면서 국제대회에서도 퀄리티 스타트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국제대회 개인 3번째 퀄리티 스타트였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처음 국제대회에 참가한 류현진은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6개 대회에서 빠지지 않고 출장하고 있다. 6개 대회 13경기에서 47⅔이닝을 던졌다. 1998년 이후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출장경기수도 13차례로 구원투수 정대현(15경기) 다음으로 많다. 국제대회 통산 평균자책점도 3.02이며 탈삼진도 42개나 잡아냈다.
특히 대만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지난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대만전에서 5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낸 류현진은 2009년 WBC 예선에서도 3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대만전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93으로 위력을 떨쳤다. 확실한 '대만 킬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류현진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9.95로 부진했던 아픔까지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경기 후 조범현 감독은 "초반 분위기를 우리에게 끌고 오는 것이 중요했다"며 "1회 류현진이 삼자범퇴에 성공했고 추신수의 결승 투런 홈런이 터지며 경기 흐름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선취점을 내주지 않고 경기 초반 호투한 것이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는 이야기. 류현진은 "절대 질 수 없었던 경기였던지라 긴장하고 마운드에 오른 것이 성과를 봤다"고 밝혔다. 그만큼 책임감이 투철하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떤 곳에서든 에이스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류현진. 야구대표팀의 든든한 최고 에이스답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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