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가 연예업계 묘사에 혈안이 돼있다. 가수, 배우를 주인공의 직업으로 삼아 이들의 성공 과정 및 뒷 이야기를 스토리의 큰 축으로 삼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주말드라마에서 이같은 경향은 짙어진다. 지난 13일 첫방송된 SBS ‘시크릿가든’을 비롯해, SBS ‘웃어요 엄마’, MBC ‘욕망의 불꽃’, KBS ‘결혼해주세요’, MBC ‘글로리아’ 등 주말드라마는 연예인 드라마로 ‘올킬’ 상태. 주인공들이 모두 ‘연예인’이며, 스토리는 연예정보프로그램을 방불케 할만큼 연예가 뒷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원-현빈 주연에 김은숙 작가의 대본으로 큰 이슈를 모으고 있는 ‘시크릿 가든’은 스턴트우먼과 백화점 CEO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극중 하지원의 일터는 영화 촬영 현장. 때문에 스태프 및 배우들이 비중 있게 그려지고 있다. 또 윤상현은 한류스타 오스카로 등장, 백화점과 광고 모델 계약을 하고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가수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웃어요 엄마’는 소극적인 여배우와 극성스러운 엄마의 갈등이 주된 소재다. 강민경은 엄마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면서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까지 받는 여배우 신달래로 출연 중이며, 이미숙은 사실상 딸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딸에게 술접대까지 시키는 모진 엄마로 열연 중이다. ‘어떤 여배우가 그렇게 떴다더라’ 식의 연예가 뒷얘기를 주된 스토리로 내세운 이 드라마는 한명의 여배우가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한 과정을 다소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글로리아’와 ‘결혼해주세요’는 나란히 별 볼일 없는 여자들의 역전극을 내세웠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이 역전의 수단을 ‘가수 데뷔’로 삼았다. ‘글로리아’의 가난한 30세 여성 나진진(배두나)은 우연히 무대에 섰다가 가수가 되고, ‘결혼해주세요’의 평범한 주부 남정임(김지영)은 트로트가수로 성공, 바람난 남편 보란듯이 잘 살게 된다. 이들을 돕는 조력자로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표가 등장하고, 녹음 과정 및 팬미팅, TV 프로그램 출연 등이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다.
‘욕망의 불꽃’은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악에 바친 여성의 캐릭터를 여배우라는 직업으로 화려하게 묘사 중이다. 극중 서우는 복잡한 과거를 가진 채 재벌 3세와 스캔들을 내는 여배우 백인기 역을 열연, 기자들에게 욕을 하거나 유력인사를 접대하는 모습 등을 연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수와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많은 상태. KBS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장근석이 밴드 리드보컬 강무결로 변신했고, SBS ‘괜찮아 아빠딸’에도 밴드의 이야기가 삽입될 예정이다. KBS ‘도망자’에는 극중 정지훈이 일본 톱가수와 얽혀서 콘서트 무대 위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이 나왔으며, 최근 막을 내린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이승기는 액션배우로 출연했다. 김정은이 밴드 보컬 역을 맡은 SBS ‘나는 전설이다’가 종영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같은 열풍은 지속될 전망. KBS ‘드림하이’ 등 연예인을 꿈꾸는 지망생이나 스타가 등장하는 음악 드라마가 다수 제작 중에 있으며, 기획 단계인 아이돌 드라마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대중의 관심이 ‘재벌’에서 ‘연예인’으로 옮겨갔음을 시사한다. 재벌가에 시집가는 여성의 역전극이나 재벌가의 화려한 뒷얘기에 열광하던 시청자들이 이제 톱스타 성공 스토리나 그 뒷 얘기를 궁금해하고 있는 것. 훨씬 더 화려하고 극적이면서도, 재벌가 못지 않게 베일에 쌓여있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예계 묘사가 디테일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스캔들, 접대, 제작자와 갈등, 정재계와의 밀접한 관계 등 타블로이드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만 모은 듯한 자극적인 사건 전개는 식상한 수준이다. 또 매니저, 연예부 기자, 감독 등은 상당히 왜곡돼 묘사되기도 한다.
‘연예인 드라마’ 중 한 작품을 맡고 있는 한 방송관계자는 “드라마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궁금해 하는 곳을 배경으로 삼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연예계는 드라마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라면서 “연예업계가 재벌가 못지 않게 사건-사고가 많아 이야기 전개도 수월한 편이다. 다만 최근 너무 많은 드라마가 연예계 이야기에 편중돼 있어, 드라마가 다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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