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KBS 2TV 예능 프로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명절 연휴에도 구경못할 세기의 씨름 대결이 펼쳐졌다. 바로 천하장사 출신들인 씨름의 황제 이만기 인제대 교수와 씨름판의 악동 강호동이 3판 2선승제 승부를 펼친 것. 그렇다면 승자는?
20여년만에 모래판에 다시 만난 두 천하장사의 경기는 이만기 교수가 2-1로 승리를 따내고 활짝 웃었다. 첫 판을 따낸 이 교수는 둘째판을 져서 동점을 내줬다가 막 판 숨가쁘게 펼쳐진 힘 겨루기에서 강호동을 자빠뜨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선배 이만기에게 승리를 빼앗긴 강호동도 승자였다. 샅바를 잡고 마주설 때마다 "영광입니다"라며 씨름판의 황제에게 꼬박꼬박 예우와 존경을 표시한 그는 지고도 선배 앞에 머리를 조아린채 이번 대결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결과적으로 천하장사를 끝으로 모래판을 떠난 뒤 개그맨으로 새출발, 끝내 예능 MC로서 최고 자리에 오른 강호동은 이날 자신의 간판 프로를 통해 왜 톱MC인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이날 씨름 경기는 지난 주 '1박2일'의 '울릉도 특집'이 풍랑으로 취소되면서 돌박적으로 생겨난 이벤트였다. 울릉도행 불발로 급히 대신할 촬영 아이디어를 짜던 강호동이 前 씨름스타 이만기 인제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초등학교 씨름부와 '1박2일' 팀과의 씨름 대결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던 것.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이끄는 메인 MC로 활약할려면 뛰어난 언변과 순발력, 카리스마 등의 3박자에 덧붙여 막강한 섭외력까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호동이 과시한 무대였다.
20년만에 이뤄진 빅매치에 앞서 오랫만에 다시 모래를 밟은 두 사람은 긴장의 표정이 역력했고 각각 현역 씨름부 상대들을 상대로 몸풀기에 나섰다.
먼저 이만기가 중학생을 상대로 이리저리 기술을 걸어보면 연습하다 모래판에 자빠져 헛웃음을 터뜨린데 이어 강호동도 초등학생을 상대로 장난하듯 몸을 풀다 자빠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강호동의 진짜 고생은 바로 직후에 벌어진 현역 대학생 랭킹1위와의 연습전. 이만기의 즉석 제안으로 이뤄진 연습경기에서 강호동은 먼저 기술을 걸었다가 되치기에 당해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연출자 나영석 PD는 방송전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만기 교수님은 대인배였다. 현장에서 급하게 섭외 요청을 드렸음에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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