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의 열정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한 팀을 30년 넘게 응원한 이들을 가리켜 '뼛속까지 팬'을 지칭한 일명 '골수 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 모든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다.
지난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의 '한일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리기 4시간 전 지바 롯데팬 요시다 치카라(45)씨가 '골수팬'과 같은 인물이다. OSEN의 인터뷰 요청에 자신은 "도쿄에 살면서 프린트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들과 지바 롯데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시작을 한참 남았지만 경기장 주변 벤치에서 친구들과 동그랗게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지바 롯데와 SK전의 승자를 놓고 토론 중이었다.

"김성근 감독님은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지바 롯데에서 코치로 활동하셨다. 당시 나는 김 감독님과 사진도 찍었고, 야구 카드에 사인도 받았다"고 말한 요시다씨는 "김 감독님의 능력을 믿지만 오늘은 지바 롯데가 5-2로 이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맹목적인 승리 예측이 아니라 나름대로 객관적인 분석이 있었다. 그는 "지바 롯데는 올해 리그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클라이맥스, 일본시리즈까지 매우 흥미진진한 경기를 했다"며 "지바 롯데는 단순히 한 선수가 잘 해서라기 보다 모든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챔피언이 됐다"고 말하며 지바 롯데의 승리를 확신했다. 경기는 요시다씨의 예상대로 지바 롯데가 승리를 거뒀다.
요시다씨는 올 시즌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타자' 김태균의 칭찬을 시작했다. 그는 "김태균은 올해 매우 잘 했다. 그가 있었기에 지바 롯데가 우승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홈런 50개 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묻자 그는 "김태균은 한국에 있을 때 홈런을 많이 쳤다. 아마 올 해는 일본 투수들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조금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50개 꼭 친다"고 재차 강조했다.
요시다씨는 20여년 전 한국에 올 기회가 있어 우연히 잠실구장에서 열린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와 MBC 청룡(현, LG 트윈스)의 경기도 관람했다. 그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내 가슴속에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말하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한국야구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김태균 뿐 아니라 이대호, 이범호, 임창용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요시다씨는 "2009WBC 아시아예선 때는 도쿄돔 호텔에서 이대호 선수에게 직접 사인도 받았다"고 자랑했다.
일단 김태균은 지바 롯데 열성적인 팬에게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내년 시즌 요시다씨의 바람대로 홈런포가 폭발한다면 지바 롯데에 더 많은 김태균 팬들이 생길 것이다.
agassi@osen.co.kr
<사진>도쿄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