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기 혹시 김성근 감독님 아니세요?".
지난 11일 오후 4시경 SK 와이번스 김성근(68) 감독은 도쿄돔 호텔 앞 수이도바시 지하철역 A2출구를 걸어 나왔다. 13일 열린 지바 롯데 마린스와 '한일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에 도착한지 불과 한 시간.
한국이 아닌 낯선 일본땅이기에 누가 김성근 감독을 알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후나하시 겐조(21)라는 대학생이 김성근 감독을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발걸음을 멈춘 겐조는 재빠르게 가방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빼고서 김성근 감독에게 다가와 서툰 한국말로 "어, 저기 혹시 김성근 감독님 아니세요"라고 물었다. 김 감독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맞다"고 말하자 겐조는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겐조라고 합니다. 감독님 팬입니다"를 떨리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겐조는 김성근 감독과 같이 사진을 찍고는 기쁜 마음을 가라 앉히지 못했다. OSEN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한국야구 매니아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야구가 너무 좋아 지난해 성균관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었다"고 말했다.
니쇼각사 대학교 중문과 3학년인 겐조는 일본야구가 아닌 한국야구를 사랑하게 된 4가지 일들이 있었다.
겐조는 지난 1998년 주니치 드래건스 소속이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40, KIA 타이거즈)에게 눈이 멀어 한국야구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당시 이종범 선수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일본에서도 최고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 초창기인 2006년 내야수 시오타니 가즈히코를 통해 일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를 넘어 한국야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시오타니가 잘 하진 못했지만 한국으로 건너가 뛴 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흥미로웠다"고 회상했다.
시오타니 덕분에 SK에 관심을 갖고 있던 겐조는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격으로 도쿄돔에서 열린 코나미컵에서 SK 야구를 보면서 한국야구에 매료됐다. "SK야구를 보면 일본 야구만큼 정밀하고 세밀하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스타일과 꼭 맞는다"고 말한 그는 "아마도 SK 야구를 보기 위해서 한국에 교환학생을 간 이유이기도 하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겐조는 2009년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의 교환학생이기보다 SK 야구를 보는 열성팬에 가까웠다. 지난해 야구장만 25번을 넘게 간 그는 광주구장만 빼고 전국의 6개 구장을 다 가봤다. 야구장에 못 갈 때는 TV로 SK야구를 봤다. 겐조는 "대략 100경기 이상은 본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겐조의 한국야구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야구 속보까지도 알고 있었다. OSEN 취재 기자를 만나자 "저, 그런데 김병현 선수는 정말로 라쿠텐에서 테스트를 받나요? 박진만 선수는 삼성에서 방출됐다고 하는데 어느 팀으로 가나요" 등등 매일 매일 업데이트되는 한국야구 기사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읽고 있었다.
13일 경기에서 SK 유니폼을 입고 3루 응원석에서 한국팬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선수들의 이름을 불렀던 겐조는 "오늘 경기에서 패한 것도 좀 그렇지만 김재현 선수가 현역 마지막 경기인데 경기에 패하고 안타도 못 쳐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SK팬으로서, 한국야구팬으로서도 조금의 부족함이 없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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