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이기고도 부끄럽다", 추신수의 완벽주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1.15 08: 41

"이겼는데도 부끄럽네요".
 
최약체를 상대로 걸맞는 위용을 과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28.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최약체 홍콩전 승리 후 "부끄럽다"는 표현을 꺼냈다.

 
한국은 지난 14일 광저우 아오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과의 B조 예선 2차전서 15-0 6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상대 3루 실책에 편승해 만들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한 점도 뽑지 못하는 등 초반 타선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 중후반 타선이 살아난 것을 제외하면 한국이 잘했다기보다 홍콩이 너무 약체였기 때문에 이겼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후 추신수는 "이기고도 부끄러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라며 쑥스러워했다. 3번 타자 우익수로 나선 추신수의 이날 성적은 3타수 1안타 2타점. 4회 추신수는 좌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로 체면치레를 했다. 두 번의 출루까지 포함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추신수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13일 대만과의 경기서 추신수는 두 개의 선제결승-쐐기 연타석 투런을 뽑아내며 4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그도 경기 후에는 "끝까지 봤을 때는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결승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상대인만큼 다음에는 더욱 확실한 경기력을 펼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동료들을 질책했다기보다 메이저리거로서의 자존심, 그리고 병역 미필자로서 절박함이 드러난 것이다. 시즌 중에도 추신수는 "직구 실투를 놓쳐서는 안된다. 팬들의 지대한 사랑을 받으며 고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가 96~7마일의 직구라도 가운데로 몰려서 들어왔을 때 공략하지 못한다면 연봉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팀의 당당한 주전 외야수로 우뚝 섰다는 자부심이 숨은 한 마디. 부산 전지훈련에서도 추신수는 호쾌한 라인드라이브성 홈런 타구를 연방 때려내면서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충실하겠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인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라며 프로로서 철저함을 먼저 강조했다. 이기고도 부끄럽다는 말은 추신수의 자부심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추신수는 대표팀 내 병역 미필자 중 가장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선수로서 절정기를 맞은 동시에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게되는 추신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호타준족으로 우뚝 서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 뿐만이 아닌 팬들의 자긍심에도 커다란 영향이 미치게 될 아시안게임인 만큼 더욱 중요하다.
 
낙승에 대한 기쁨보다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비춘 추신수. 그의 완벽주의가 8년 만의 금메달 탈환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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