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은 불필요한 체력 소모도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허정무 감독).
홍명보 감독의 영리한 용병술이 화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승리를 챙기면서도 그 과정까지도 세심히 살피는 모습을 보여서다.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은 지난 10일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엿보였다. 구자철의 호쾌한 득점 행진 속에 일찌감치 승리를 결정짓자 의도적으로 경고를 받게 만든 것.

구자철이 본선을 대비해 북한전에서 받은 경고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미드필더인 윤빛가람의 경기 감각을 회복시키려는 의도였다. 또한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구자철의 체력을 안배하는 계산이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은 빛났다. 이번에는 인내였다. 주축 수비진인 홍정호와 김주영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김영권과 장석원을 투입했다. 만약 홍정호와 김주영의 부상이 악화될 것을 대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홍명보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도 했다. 홍명보 감독이 거듭 언급했던 "우리 팀에 베스트 11은 없다. 선발로 뛰는 선수만이 있을 뿐이다"는 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13일 팔레스타인전 3-0 완승은 그 선택에 대한 보답이었다.
15일 중국전(3-0 승)도 마찬가지였다. 홍명보 감독은 중국을 상대로 3-0으로 앞서가자 공격의 핵이었던 지동원을 빼고 수비수 홍철을 투입했다. 다득점을 노릴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피하고 수비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조영철과 구자철도 제외해 체력 안배까지 고려했다.
홍명보 감독의 이런 선택에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8년 만에 방송 해설을 맡은 허정무 감독은 "홍명보 감독은 불필요한 체력 소모까지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면서 "경기를 치르기 전에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계산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마찬가지. 작년부터 홍명보 감독을 지켜봤던 이 관계자는 "홍명보 감독은 모든 일에서 계획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다. 중국전을 앞두고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이런 영리한 용병술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기대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광저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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