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도 나무에도 그림에도 그리고 나라에도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다. 스타일은 또 처음부터 뚜렷하게 특징 지워진 것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오롯이 굳어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엉키고 섞여 새롭게 형성된 경우도 있다. 후자인 이른바 퓨전 스타일은 각 요소들의 성질을 두루 안고 있거나 한쪽의 성향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어정쩡한 경우와 묘한 화학작용으로 새로운 스타일이 도출된 경우로 다시 나눌 수 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후자쪽의 대표적인 예를 나라에서 찾으라면 마카오를 꼽을 수 있겠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앞다퉈 바닷길을 개척하던 14세기, 포르투갈 사람 조르주 알바레스가 중국 남쪽의 끝, 오문(澳門)에 처음 발을 디뎠다.
자기들만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프라이드 강한 두 문명이 처음으로 말문을 트며 쌓아올린 나라가 바로 마카오다. 그리고 450년 동안 동서양이 융화하고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생긴 것이 바로 마카오 스타일이다. 유럽식도, 그렇다고 중국식도 아닌, 마카오 스타일 말이다. 이런 마카오 스타일이 무엇인지는 마카오 박물관에 가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소위 매케니즈 스타일(Macaness Style)이 단순히 유럽과 중국의 문화적인 혼성만이 아니라 자기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까지도 포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기야 그런 노력이 있었으니 고유한 스타일 형성과 지속이 가능했을 터이다.
흔히 불필요한 선입견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곳이 있는데 마카오가 꼭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마카오 하면 카지노 하러 가는 곳쯤으로 치부하거나 중국이나 홍콩을 갈 때 곁다리로 살짝 끼워 넣는 정도로 그치곤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작은 중국 변방의 소국에 무에 그리 볼 것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 탓이다.
물론 영토가 작기는 작다. 종로구만한 크기니까. 하지만 실제 마카오를 방문해 보면 이곳이 여러 가지 테마여행이 가능한 여행지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땅덩이가 작은 것도 걸어서 온나라를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적이다. 가방 하나 짊어지고 열린 마음으로 찬찬히 짚어나가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고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것들도 느낄 수 있는 망외의 소득이 저절로 건져진다.
마카오 테마여행의 으뜸은 박물관 투어. 그만큼 마카오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박물관들이 많이 있다. 그중 대표격은 앞서 언급한 마카오 박물관. 지난 4세기 동안의 마카오 역사와 마카오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빼곡하다.
뱃사람의 안전을 돕는 아마 여신을 모시고 있는 아마 사원의 맞은편에 자리한 해사 박물관은 포르투갈과 중국간의 해양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시품 중에는 모형배뿐만 아니라 인근의 제1번 부두에 정박해 있는 실제 선박도 포함돼 있다. 박물관은 내항 주변을 돌아보는 30분짜리 관광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관광정보센터에 위치한 그랑프리 박물관은 아시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마카오 그랑프리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93년에 세워졌다. 과거 우승을 차지했던 경주용 자동차들과 오토바이, 역대 우승자들에 대한 기록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같은 건물에 들어선 와인 박물관은 고대의 포도 재배법부터 오늘날의 포도주에 이르기까지 포도주와 관련한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마카오에 들어온 와인이 아시아에 전파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700여종의 포르투갈산 와인이 진열돼 있으며 시음도 가능하다.
박물관 투어 외에 네덜란드의 침입을 격퇴한 대포를 보존하고 있는 몬테요새, 중국과 서양의 문화적 특징들이 융화된 모습을 적실히 보여주는 기아요새, 중국 국경지대가 내려다보이는 몽하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주변 조망이 장쾌한 몽하요새 등을 둘러보는 요새 투어는 마카오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마카오에는 볼 만한 정원도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포르투갈의 민족 시인이자 군인 루이스 데 카모에스가 마카오로 추방됐을 때 머물던 카모에스 정원 한켠에는 김대건 신부의 상이 서있으니 알현하기 바란다. 루임옥 정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중국적인 곳으로 정원 문화로 명성이 높은 지역인 소주 스타일을 모방했다고 한다.
마카오의 신구 랜드마크 역시 반드시 거치는 코스. 구 랜드마크인 성 바울 성당은 17세기 초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설계됐다. 건축은 종교 박해를 피해 나가사키에서 피난온 일본인들에 의해 이뤄졌다.
1835년 성당과 인접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정면과 계단, 일부 벽 및 지하실을 제외하고는 소실됐는데 그것이 오히려 성 바울 성당을 마카오 관광자원의 대표자리에 올려놓았다. 338m의 마카오 관광탑은 마카오의 새로운 얼굴. 야외 전망대에 오르면 마카오와 남지나해는 물론이고 64km 떨어진 홍콩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희고 검은 돌을 물결무늬로 박아 넣어 이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세나도 광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서 성 바울 성당으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골동품 상점에는 주로 청나라 이후의 목가구와 도자기들이 진열돼 있다. 상점 바깥에 전시된 물건들 대부분은 모조품이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비싼 진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떻게 갈까
투어2000여행사(www.tour2000.co.kr)는 에어마카오를 이용해 매일 출발 가능한 에어텔(1박3일, 2박4일)상품을 출시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일정과 호텔이 정해지는 맞춤자유여행으로 구성된 이 상품은 41만8000원부터로 1인 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아울러 자유여행책자를 비롯한 워터쇼 무료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문의: 전인희 02-2021-2264
글=여행미디어 www.tou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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