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1, SK텔레콤)이 또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냈다. 과학적인 수영으로 첨단 과학의 산물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지난 16일 저녁 중국 광저우 아오키 아쿠아틱센테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서 3분41초5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세계 최고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3분43초51)을 무려 2초 가량 앞당겼다. 도전장을 냈던 중국의 쑨양(3분42초47)과 장린(3분49초15)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박태환의 기록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동안 첨단 소재를 입지 않고 향상을 이뤄왔다는 것. 대다수 선수들이 부력이 좋은 첨단 소재 수영복을 입고 출전한 지난해 로마세계선수권에서는 세계기록이 무려 43개나 쏟아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태환은 첨단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최첨단 전신 수영복은 수영을 재미 없게 만든다는 혹평을 빗겨가지 못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국제수영연맹(FINA)은 올해 1월부터 최첨단 수영복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시작했다. 남자의 경우 물이 스며드는 직물 소재로 반바지(허리부터 무릎 위까지) 수영복만 입게 됐다.
첨단 소재 수영복을 입지 않았던 박태환은 물살을 헤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이면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고 있다.
자유형 400m의 경우 올해 세계최고 기록은 박태환이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3분44초73이었다. 지난해 독일 파울 비더만이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수립한 현 세계기록(3분40초07)에 4초66 뒤져 있었다.
로마 세계선수권서 기록 향상은 남자 자유형 400m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기에는 중국 선수들도 포함됐다.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비더만의 뒤를 오사마 멜룰리(3분41초11, 튀니지)-장린(3분41초35)이 이었다.

반면 박태환은 지난해 슬럼프까지 보이며 자신의 최고 기록에 2초 이상 뒤진 3분46초04에 그치며 지난 시즌 1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첨단 수영복이 금지된 올해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시안게임 이전 올 시즌 최고 기록이 박태환의 기록인 3분44초73. 오히려 완전히 달라졌다. 장린은 3분44초91, 쑨양은 3분45초22가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그나마 19세의 쑨양은 아시안게임서 자신의 시즌 기록을 넘어섰지만 23세의 장린은 훨씬 처졌고 쑨양 또한 첨단 수영복을 입고 낸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아시아 기록에는 못미쳤다.
이런 현상은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비더만은 더욱 심하다. 자신의 기록과 6초 이상 차이가 나는 3분46초30의 기록으로 5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 그리고 2위였던 멜룰리 역시 3분48초92로 19위로 떨어졌다. 그만큼 첨단 수영복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것.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첨단 수영복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착용을 기피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쉼없이 노력한 박태환이 훈련으로 첨단 과학을 이겨냈다.
10bird@osen.co.kr
<위 사진> 자유형 400m 시상식 후 이동하는 장린-쑨양-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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