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재와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조합이 인상적인 영화 ‘페스티발’이 개봉까지 단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다.
‘색즉시공’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등장하는 섹시 코미디에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른바 성 소수자들 역시 반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성적인 소재와 관련한 각양각색 인물들을 다룬 영화인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것.
실제로 ‘페스티발’에는 다채로운 성적 취향을 가진 캐릭터들이 총집합했다.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씨름선수를 코믹하게 다뤘던 이해영 감독이 더 독해진 셈이다.

최근 열렸던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일반인의 범주에서 보면 정상인은 엄지원 하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방증하듯 영화 속에는 관객들로 하여금 생경함을 느낄 수 있게 할 주인공들이 잇따라 등장해 자신만의 독특함을 뽐낸다.
여자 속옷 패티쉬를 가진 고등학교 교사, SM을 즐기는 평범한 중년 남녀, 남성의 크기에만 집착하는 경찰, 인형을 사랑하는 오뎅 장수, 성을 파는 데에 거리낌 없는 미성년자 등 온갖 성적 취향의 종합선물세트처럼 영화는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우리 사회의 이면을 속속들이 끄집어냈다.
그런가 하면 ‘페스티발’에는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엿보인다. 여고생 자혜를 통해서다. 본인 스스로도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변 인물들이 모두 독특한 성적 기호를 나타내면서 그녀는 혼란에 싸인다. 좋아하던 남성이 알고 보니 인형을 사랑하는 변태였고, 음전한 한복집 주인인 줄만 알았던 어머니는 몸에 딱 붙는 가죽 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선생님 또한 여자 속옷을 즐겨 입는 독특한 캐릭터. 누구 하나 정상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수면 위로 이끌어 내 공감대를 형성 혹은 이해하도록 시도했다는 점에서 영화는 가치를 지닌다. 금기어처럼 여겨졌던 비주류 성향들을 평범한 시민들에 대입시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성적 판타지는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출연 배우들 역시 감독의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류승범은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나오게 된 것 자체가 정말 좋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높은 수위의 대사와 상황 설정이 반복됨에도 ‘페스티발’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꼭꼭 숨겨놓았던 다양한 성적 기호들이 코믹하지만 진지하게 다뤄지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영화는 영화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현실 세계와의 묘한 연결성도 눈길을 끄는 대목. 마조히즘 취향의 홀아비 기봉(성동일)이 'SM'을 언급하자 순심(심혜진)은 인터넷을 활용, 관련 정보를 검색하지만 원래 뜻 대신 SM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내용만 검색된다. 마초맨 장배(신하균)가 술에 취해 '바지를 내리겠다' 위협하는 부분은 가수 나훈아 씨의 이른바 '바지 사건'을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감독의 독특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전작에 이어 이해영 감독은 성적 소수자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그려냈고 신하균, 엄지원, 심혜진, 성동일, 류승범, 백진희, 오달수 등이 각각 사연 있는 캐릭터를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특히 신하균의 경우 대본에도 없던 뒤태 누드신을 즉석에서 소화해 내 감독의 칭찬을 들었다.
점잖기로 소문난 동네 이웃들의 야릇하고 코믹한 밤 사정을 이야기했다는 '페스티발'. 성적 취향은 누구에나 있기 마련이고 그런 만큼 다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은 수작이다. 오는 18일 개봉 예정이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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