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의 위치가 흔들린다.
17일 오전 중국 광저우 광동체육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예선이 시작되면서 나온 얘기다.
이날 한국은 장경훈(25, 74kg급)과 황미나(20, 46kg급)이 모두 1회전에 탈락하는 비운을 만났다. 기대를 모았던 박용현(19, 87kg급)도 결승전에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금빛 행진이 기대됐던 태권도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소식이었다. 자연스럽게 '위기론'이 제기됐다.
위기론의 시작은 전자 호구였다. 이번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전자 호구에 우리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반 호구를 선호하는 한국의 불리함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바였다.
태권도 관계자들도 이 부분은 인정했다. 우리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이 대회에서 사용되는 전자 호구(라저스트)를 2개월 가량 사용한 것이 경험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경쟁 국가인 이란이 4년 이상 이 전자 호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동주 태권도 대표팀 코치는 "아무래도 선수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와 경기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면서 "전자 호구는 밀어내기 방식의 플레이가 주효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어 훈련시키고 있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병관 태권도 대표팀 감독은 "전자 호구 시스템이 다른 것도 문제다. 국내는 전자 호구로 KP&P를 쓰는데 이 시스템은 파워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사용하는 라저스트는 면적을 얼마나 때리느냐가 중요하다. 인파이터가 아웃복서로 변해야 하는 꼴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장경훈과 황미나는 이번이 사실상 첫 국제대회 출전이다. 국가대표에 발탁된 지 4개월밖에 안 됐다. 첫 출전에서 싱거운 패배를 당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병관 감독은 "우리 선수들 중의 절반이 이번 대회가 첫 국제대회다. 아무래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국내에서 1위가 곧 세계 1위는 아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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